시설·인력 없어 신속구조 어려움
매년 인천 백령도를 찾아오는 점박이물범이 서해 연안에서도 번식할 가능성이 있어 정부가 실태 조사와 함께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 인천녹색연합, 백령도점박이물범생태관광협의회는 지난 2020년 이후 백령도 연안에서 생존·좌초 상태로 발견된 총 4건의 새끼점박이물범 사례를 발표했다.
2020년 2월13일 백령도 주민이 어미로 추정되는 물범과 함께 있는 새끼점박이물범 2마리를 목격했다. 이어 2022년, 2023년에는 좌초된 새끼점박이물범이 백령도에서 각각 1마리씩 발견되기도 했다(2023년 12월4일자 6면 보도=백령도서 새끼 점박이물범 사체 발견… "번식 실태조사 필요"). 백령도에선 지난달 28일에도 살아있는 새끼점박이물범이 관찰됐다.
인천의 깃대종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점박이물범은 백령도 등지에서 서식하다 11월 중국 랴오둥(遼東)만으로 이동해 새끼를 낳고 겨울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녹색연합은 백령도 인근에서 겨울마다 새끼점박이물범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서 서해 연안 내 번식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최근 4년간 발견된 하얀 배내털이 있는 생후 1개월 미만의 새끼점박이물범은 백령도 인근 지역에서 태어났을 것으로 확신했다. 털갈이를 하기 전 새끼점박이물범은 수영을 하지 못해 랴오둥만에서 태어나 백령도로 넘어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천녹색연합은 백령도 연안에서 점박이물범이 번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가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백령도는 점박이물범의 서식지로만 인정돼 점박이물범이 번식하는 겨울에는 개체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 또 새끼점박이물범을 구조하거나 치료할 시설과 인력조차 없다. 새끼점박이물범 발견 시 대처 방법도 정해진 것이 없어 주민이나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신속하고 안전한 구조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