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시간째 버스줄 … 총선후보도 '줄서는 심정'
'놓칠세라' 학생들 정류장 달리기
배차간격 20분… 종종 새치기도
학부모 표심 의식 해법찾기 고심
현장 찾고 안전지도… 증차 검토
인천 중구 영종도에서 '하굣길 귀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시내 버스 노선이 적어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길게는 1시간을 학교 앞 정류장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영종국제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외딴 섬마을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매일 같이 반복되고 있다.
11일 오후 3시30분께 인천시 중구 영종중학교 앞. 하교 종이 울리자 학생들이 혹여 곧 도착할 버스를 놓칠세라 정류장을 향해 '우르르' 뛰어나왔다. 도로 양쪽으로는 어림잡아 100명도 넘는 학생들의 긴 줄이 만들어졌다.
이 학교 전교생은 600여명이다. 학생 절반 이상이 학교와 4~5㎞ 떨어진 하늘도시에서 통학한다. 하늘도시로 가는 버스 노선은 배차 간격이 20분 정도로 길어 하교 시간에는 상당수 학생들이 버스를 2~3대 보낸 뒤에야 올라탈 수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 1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셈이다.
1학년 박승유(13)군은 "하늘도시에 살고 있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엔 이렇게 하교하는데 오래 걸릴 줄 몰랐다"며 "늦을 때는 1시간 가까이 기다렸다 버스를 탄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같은 학년인 이사랑(13)양도 "학교와 비교적 가까운 곳에 살고 있지만, 버스를 탈 때면 20~30분씩 기다리는 날이 많다"고 했다.
하굣길에 학생들이 몰리다 보니 종종 새치기 등으로 얼굴을 서로 붉힐 때가 있다. 버스를 먼저 타려고 급하게 뛰다가 다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 표심을 의식한 총선 예비후보들도 수차례 이 현장을 찾는 등 해법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중구, 강화군, 옹진군은 한 지역구로 묶여 있는데, 영종도는 중구 내륙지역이나 강화·옹진군과 달리 국제도시 개발 효과로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당락을 좌우할 지역으로 꼽힌다. 출사표를 낸 국민의힘 배준영 예비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조택상 예비후보가 나란히 선거사무소를 영종지역에 마련한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배준영 예비후보는 '영종 교통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영종중학교를 포함한 이 지역 학생들의 등·하교 불편 문제 등을 주요 현안으로 다루고 있다. 배 예비후보 측 관계자는 "인천시교육청이 운영하는 학생성공버스는 등교 때만 운행하고 있는데, 하교 때에도 운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시내 버스를 늘리고, 배차 간격을 더욱 촘촘히 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조택상 예비후보는 개학 이후 등·하교 시간에 매일 학교 앞에서 안전지도를 하고 있다.
조 예비후보 측 관계자는 "학생들이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뛰다가 넘어지거나 차로에 뛰어드는 등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하며 시내 버스 증차, 탄력 운영제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