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시간째 버스줄 … 총선후보도 '줄서는 심정'


'놓칠세라' 학생들 정류장 달리기
배차간격 20분… 종종 새치기도
학부모 표심 의식 해법찾기 고심
현장 찾고 안전지도… 증차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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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영종중학교 앞 버스 정류소에 하굣길 학생들이 몰려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24.3.11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인천 중구 영종도에서 '하굣길 귀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시내 버스 노선이 적어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길게는 1시간을 학교 앞 정류장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영종국제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외딴 섬마을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매일 같이 반복되고 있다.

11일 오후 3시30분께 인천시 중구 영종중학교 앞. 하교 종이 울리자 학생들이 혹여 곧 도착할 버스를 놓칠세라 정류장을 향해 '우르르' 뛰어나왔다. 도로 양쪽으로는 어림잡아 100명도 넘는 학생들의 긴 줄이 만들어졌다.

이 학교 전교생은 600여명이다. 학생 절반 이상이 학교와 4~5㎞ 떨어진 하늘도시에서 통학한다. 하늘도시로 가는 버스 노선은 배차 간격이 20분 정도로 길어 하교 시간에는 상당수 학생들이 버스를 2~3대 보낸 뒤에야 올라탈 수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 1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셈이다.

1학년 박승유(13)군은 "하늘도시에 살고 있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엔 이렇게 하교하는데 오래 걸릴 줄 몰랐다"며 "늦을 때는 1시간 가까이 기다렸다 버스를 탄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같은 학년인 이사랑(13)양도 "학교와 비교적 가까운 곳에 살고 있지만, 버스를 탈 때면 20~30분씩 기다리는 날이 많다"고 했다.

하굣길에 학생들이 몰리다 보니 종종 새치기 등으로 얼굴을 서로 붉힐 때가 있다. 버스를 먼저 타려고 급하게 뛰다가 다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 표심을 의식한 총선 예비후보들도 수차례 이 현장을 찾는 등 해법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중구, 강화군, 옹진군은 한 지역구로 묶여 있는데, 영종도는 중구 내륙지역이나 강화·옹진군과 달리 국제도시 개발 효과로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당락을 좌우할 지역으로 꼽힌다. 출사표를 낸 국민의힘 배준영 예비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조택상 예비후보가 나란히 선거사무소를 영종지역에 마련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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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영종중학교 앞 버스 정류소에 하굣길 학생들이 몰려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24.3.11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국민의힘 배준영 예비후보는 '영종 교통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영종중학교를 포함한 이 지역 학생들의 등·하교 불편 문제 등을 주요 현안으로 다루고 있다. 배 예비후보 측 관계자는 "인천시교육청이 운영하는 학생성공버스는 등교 때만 운행하고 있는데, 하교 때에도 운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시내 버스를 늘리고, 배차 간격을 더욱 촘촘히 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조택상 예비후보는 개학 이후 등·하교 시간에 매일 학교 앞에서 안전지도를 하고 있다.

조 예비후보 측 관계자는 "학생들이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뛰다가 넘어지거나 차로에 뛰어드는 등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하며 시내 버스 증차, 탄력 운영제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