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불필요한 업무 반복 곤혹
후보자 정보 확보할 시간도 부족
4·10 총선 선거구 획정은 선거일을 불과 41일 앞둔 지난달 29일 이뤄졌다. 법이 정한 시한(2023년 3월10일)보다 1년 가까이 늦은 시점이다.
그 사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유권자와 후보자다. 또 선거 업무를 진행하는 행정기관 역시 혼란을 겪는다. 피해를 줄이려면 지금처럼 상습적으로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는 악습을 하루라도 빨리 끊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총선을 앞두고 경계 조정이나 선거구 분할 등 변동이 생긴 인천지역 선거구는 연수구갑·을, 계양구갑·을, 서구갑·을·병 등 7개다. 선거를 한 달여 앞둔 가운데 인천지역 국회의원 선거구 14개 중 절반가량이 지난 선거와 비교해 변경된 셈이다. → 표 참조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거 사무를 진행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도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는 데 예외일 수 없다. 늦으면 늦어지는 대로 선거 사무를 진행해 빈틈없이 선거가 치러지도록 하겠다는 것이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보다 일찍 선거구가 정해진다면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선관위 설명이다.
인천시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이 정하는 시한인 '선거일 1년 전까지' 선거구가 정해진다면 여러 부분 예측이 가능해 지금보다 더 안정적인 선거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선거 사무에서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인구와 행정구역이다. 더 정확한 지역과 인구수 등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그에 따라 업무를 진행한다면 더 차분하게 선거를 준비할 수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불필요한 업무를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예를 들면 홍보를 미리미리 할 수 있고 선거비용 제한액 등도 착오 없이 안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는 가장 큰 책임은 국회에 있다. 국회가 선거구 국회의원을 몇 명 뽑을 것인지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획정안 제출이 늦어진다. 선거구 국회의원 수와 비례대표 수, 뽑는 방식을 정해야 하는데, 이것도 국회는 제때 결정하지 못했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현역 의원만 선거에서 유리해진다. 유권자는 후보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을 시간이 없고, 도전자는 효율적으로 자신을 알릴 시간과 기회가 줄어든다. 그러니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국회가 선거구 획정 기준 마련을 미루거나 선거법 개정안 처리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를 강제할 대책이 시급하다.
최준영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가 시간을 끌어도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선거구가 정해지도록 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가장 큰 피해자는 유권자와 후보자다. 피해자들로부터 분노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다면 국회도 지금처럼 버티기로 나올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