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책 시행 암초 우려
어린이집 "도입후 제도개선 필요"
유치원 "준비없으면 질만 떨어져"
시도교육감協 "다양한 논의일뿐"
정부가 내년부터 유보통합 도입 방침을 세우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수도권 일대 교육감들이 정책의 연착륙을 이유로 유보통합 유예 의견을 제시해 보육·교육 현장이 혼란에 빠졌다.
어린이집 현장은 빠른 유보통합 도입을 통해 시행착오를 거쳐 안정화해야 한다는 의견인 반면 유치원의 경우 유보통합이 보육과 교육의 질을 모두 낮출 거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이하 협의회)에 따르면 협의회는 지난달 22일 총회를 개최하고, 유보통합을 원활하게 추진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유보통합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로 이원화된 소관 부처를 교육부로 통합하고, 영유아에 대한 보육과 교육을 하나로 묶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12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다가올 6월부터는 영유아보육 업무가 교육부로 이관된다.
협의회 자리에서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 교육감들은 "선 행정체계 구축, 후 법령 제·개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시행 시기를 당초 교육부 시행안에서 최소 2년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유보통합 도입을 기다려 온 어린이집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부천시의 한 어린이집 원장 A씨는 "교육감들은 행정체계와 법률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안정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 유보통합 도입을 미루자고 하지만 예정대로 도입 후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유보통합을 대비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교육감의 유예 의견이 어린이집 현장을 흔들어놨다"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영유아의 보육과 교육은 분리될 수 없으므로 유보통합이 시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만 0~5세는 연령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육과 교육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유보통합이 안 된 상황에서 어린이집을 다니는 만 3~5세 아이들은 교육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차별받는 점을, 영유아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아이들이 동등한 보육·교육 환경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반면 유치원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유보통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성남시 분당구의 한 유치원에서 일하는 C(35)씨는 "유치원은 유아교육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곳이고, 어린이집은 영아의 보육에 집중된 곳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연령에 따른 아이들의 특성을 알고, 보육·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철저한 준비 없는 유보통합은 영유아 보육·교육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협의회는 이날 유보통합 유예 논란과 관련해서 "유보통합 2년 유예와 관련해 협의회는 유보통합의 다양한 방안을 논의한 것 일뿐이며 입장을 결정하거나 건의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