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美는 유미주의적 경향 더 뚜렷해
경영자가 보는 아름다움은 곧 '상품성'
오동통한 닭이 예쁘다는 할머니와 같아
이 '짤'의 재미는 엽기반전 효과 때문이지만, 아름다움의 본질을 돌아보게 하는 가치도 있다. 그 할머니에게 '이쁜 것'은 '실하고 크다'는 것, 미의 실용적 기원설에 힘을 싣는 사례라 할만하다. 아름답다는 말이 실용적인 데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자 '미(美)'의 어원을 근거로 제시한다. 한자의 아름다울 미(美)자가 양 양(羊)자와 클 대(大)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하며,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름답다고 주장해왔다. 예술을 의미하는 영어권의 단어 아트(Art)가 생활용품이나 공예품을 만드는 '기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도 실용론의 한 근거이다. 실용기원설은 아름다움이 실용적 가치에서 출발했지만 차츰 심미적 가치로 바뀌어 왔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한자의 미(美)자를 커다란 양의 모습을 그린 글자로 설명하는 사람은 요즘 드물다. 갑골문이나 금문에서 미(美)자는 양의 머리와 사람으로 이뤄진 글자로 보인다. 갑골문 연구가 깊어지면서 미(美)자는 뿔이 달린 양 모양의 장식이나 가면을 한 사람을 묘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큰 제사나 특별한 의식을 치를 때 제관은 모자나 특별한 장식을 한다. 머리에 양의 뿔이나 새의 깃털 장식을 한 사람과 그 모습에 대한 생각이 '아름답다'는 말의 기원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美는 본래부터 실용성이 아니라 심미적이었으며. 오늘날 사용하는 아름다움과 큰 차이가 없다 하겠다.
아름다움을 사회적 도덕적 가치에서 찾는 견해도 있다. '모시정의(毛詩正義)' 와 같은 문헌에서는 미(美)가 '사람들을 흔쾌히 감복하게 한다(美敎化)'는 뜻으로 해석한다. 사람을 효과적으로 감동시킨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동양적인 윤리의식이 투영된 것으로 언어생활에서도 늘 사용하고 있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이야기를 미담이라고 하며 감동스러운 인생을 살아온 사람을 아름답다고 칭송한다.
미의 어원을 살펴보면 본래부터 심미적 가치에 바탕을 둔 글자였는데 사회 변화상을 반영하여 점차 실용적 가치나 정신적 비중이 높아진 것이라고 봐야겠다. 현대적 의미의 미(美)는 실용적 가치보다는 심미적 가치, 미 자체(beuty itself)와 순수미를 추구하는 유미주의적 경향이 더 뚜렷해졌다.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 실용적일 수는 있어도 그 역은 성립하기 어렵다. 현대인들 특히 신세대들에게 상품이나 패션의 기준은 실용이 아니라 '엣지' 있거나' '간지'나야 하는 것이다.
영어의 에스테틱(Aesthetic)은 본질적으로 아름답다는 심미적 미적이라는 뜻이며, 에스테틱스(Aesthetics)는 아름다움의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이 심미적이라는 말을 일본인들은 주로 '피부미용(실)'이라는 뜻으로 사용한다. 일본 언중과는 반대로 복잡한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혁신 기업가인 일론 머스크는 종종 '미학적 악몽(aesthetic nightmare)'이라는 말을 쓴다. 트위터를 인수한 직후 그가 회사에서 회색 공식 레이블을 발표하자 이를 '미학적 악몽'이라고 비판하고 회수 조치에 나섰다. 머스크의 아름다움은 경영자가 보는 상품성, 곧 오동통한 닭이 예쁘다는 할머니의 시각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그가 넷플릭스가 경영부진에 빠진 원인을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투항한 것 때문이라고 비난하는 것을 보면 그의 심미안은 정치적이며, 혁신이 아니라 다분히 문화적 보수성에 뿌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