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고작 33명… 입주민 '분통'
서명부 제출하자 관리소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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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동구 한 아파트에서 '골프 동호회'를 공동체 활성화 단체로 선정하고 지원금을 주기로 해 입주민들의 빈축을 샀다.

이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지난달 27일 엘리베이터에 붙은 공지문을 발견했다. 공지문엔 임차인대표회의 동의를 얻어 공동체 활성화 단체로 골프 동호회를 승인했으며, 300만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분양 가구와 임대 가구가 함께 있는 혼합 단지에서 입주민 간의 화합을 도모하자는 취지였다.

지원금 지급은 공동주택관리규약 제54조, 민간임대주택관리규약 제36조, 혼합단지 관리에 관한 협약서 제5조에 따른 것이라는 근거 조항도 공지문에 쓰여 있었다.

공동주택관리규약은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각 시·도지사가 정한 규약을 기준으로 입주자 등이 만든다. 2022년 말부터 입주를 시작해 2천600여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의 공동주택관리규약에는 '공동체 활성화 단체'에 대한 내용이 명시돼 있다. 입주민들의 소통과 화합 증진을 위한 활동을 하는 단체를 조직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는 이를 근거로 기타 '관리외수익'(잡수입)으로 단체 활동에 필요한 경비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골프 동호회에 지원금을 주겠다는 공지에 입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아파트 잡수입으로 부녀회, 봉사단체, 노인정 등을 지원한다면 이해하겠지만, 입주민 2천600가구 중 33명이 참여하는 골프 동호회에 사업비를 지원하는 건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를 포함한 많은 주민들은 공동체 활성화 단체를 모집하는 것도 몰랐다"고도 했다.

입주민들은 또 공동주택관리규약이 그동안 여러 차례 수정되면서 공동체 활성화 단체와 관련해 '다만, 개인의 취미생활을 목적으로 구성된 모임은 제외한다'는 조항이 삭제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A씨를 비롯한 주민들은 260여명이 반대한 서명서를 모아 지난 4일 관리사무소에 제출했다. 관리규약 개정을 제안하기 위해서는 입주자의 10분의 1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임대관리센터 측은 최근 이 주민들을 만나 "공동주택관리규약을 임의로 삭제한 적이 없다"며 "공동체 활성화 단체 지원에 쓰이는 비용(관리외수익)은 임대사업자가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선의로 지출한 돈으로, 골프 동호회 지원금 지급은 철회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임대관리센터 관계자는 경인일보와 통화에서 "입주민 간 화합을 위한 목적으로 공동체 단체를 모집한 것일 뿐 골프 동호회에 특혜를 주려고 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