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낙하산 후보'에 기회 부여
4곳서 국힘 당협위원장 출신 탈락
"수십년 헌신한 결과 억울할 따름"
반복땐 지역정치 동력 '저하' 우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인천지역에서 오랜 기간 텃밭을 가꿔온 국민의힘 정치인 상당수가 공천을 받지 못하고 '외부 출신' 인사에게 자리를 내줬다. 지역에서 수년간 유권자와 유대감을 쌓아온 후보보다 '낙하산 후보'가 우선시되는 현상이 심화될수록 지역 기반 정치인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기준 국민의힘은 인천 남동구을·부평구을·계양구갑·계양구을 등 4개 선거구에서 당협위원장 출신 후보에게 경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국민의힘 당협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은 국회의원 선거구의 총책임을 맡는 자리다. 원내·원외 위원장이 상시로 지역구를 관리해 일반적으로 총선에서 공천을 받기 유리한 위치에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제21대 총선에서 인천지역 13개 의석 중 당선자가 2명에 불과해 나머지 11개 의석 모두 원외 당협위원장으로 채웠다. 반면 민주당은 대다수 현역 의원이 지역위원장을 맡으면서 이번 총선에서도 공천을 받았다.

국민의힘 원외 선거구 11곳 중 당협위원장 출신이 공천을 받은 지역은 3곳(동구미추홀구갑·연수구갑·서구병)뿐이다. 나머지 8개 선거구 중 3곳(남동구갑·부평구갑·서구갑)은 기존 당협위원장이 다른 기관장 등으로 떠나 사고당협이 됐지만, 신규 당협위원장을 뽑지 않고 최근 경선과 전략공천이 이뤄졌다. 이외 4곳(남동구을·부평구을·계양구갑·계양구을)은 당협위원장이 '컷오프'(공천배제)됐으며, 민현주(연수구을) 전 당협위원장은 경선에서 탈락했다.

컷오프된 당협위원장 출신 후보들은 지역에서 "당을 위해 헌신한 수십 년의 세월이 한순간 수포로 돌아가 아쉽다"는 입장이다.

강창규 전 부평구을 당협위원장은 "부평에서 거주한 기간이 47년, 당을 위한 활동만 27년 이어왔다"며 "민주당 텃밭에서 당협위원장을 맡아 개인적으로 비용을 지출하며 현수막을 걸고 유권자들을 만나는 등 노력했는데, 경선도 시켜주지 않고 다른 당 출신 후보에게 공천을 주니 억울할 따름이다. 무소속 출마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

이병학 전 계양구갑 당협위원장도 "35년간 험지로 불리는 계양에 살았다. 당협위원장을 맡아 결집력을 늘려왔는데 경선도 없이 후보가 결정돼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실망도 큰 상태"라며 "선당후사 마음으로 돕고 있지만 그동안 저를 도와주셨던 분들에게 미안함이 크다"고 했다.

'명룡대전'이 열리는 계양구을에서 수십년간 활동한 윤형선 전 당협위원장은 "계양에서 국민의힘에 비판적 시각을 가지면서도 저를 지지해줬던 분들이 그 마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 정치권에서는 총선마다 반복되는 외부 인사 영입이 지역 정치의 동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의 이익과 목소리보다는 중앙의 진영논리에 치우쳐 결국 유권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대부분 지역 안에서 공천이 결정되고 지역과 인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만, 국회의원 선거는 중앙의 의지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며 "지역 정치인 입장에서는 공천 관여자와 어떤 '핫라인'을 구축하느냐가 최대 관건인데, 결국 지역 활동보다 중앙 활동을 우선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