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의 축구 국가대표팀 복귀를 두고 온라인이 찬반 논란으로 뜨겁다. 찬성측 주장의 근거는 '손흥민의 용서'다. 당사자 사이에 화해하고 끝낸 일에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의 막말엔 날이 바짝 서있다. "이강인은 국대가 아니라 깡패"라 하고 "대한민국은 죄를 저질러도 실력만 있으면 되는 거냐"고 분통을 터트린다. 국가대표팀 경기 관람·시청 거부 주장도 올라왔다.
공론장이 이렇게 무섭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지난달 21일 함께 미소지으며 찍은 사진으로 화해를 인증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적 화해로 진정되기엔 공론장의 주제가 너무 거창했다. 64년 만에 찾아온 아시안컵을 날려버린 카타르 참사의 원인이다. 처음엔 도마 위의 생선이 엉터리 감독 클린스만과 그를 뽑은 대한축구협회였다. 외신이 탁구게이트로 도마 위의 생선을 이강인으로 바꾸었다.
이강인의 결정적 실수는 도덕과 규범의 선을 넘은 점이다. 우리 사회의 공론장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다.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대중적 인물들이 도덕과 규범의 잣대를 건드리는 바람에 공론장에 올라 퇴출됐다. 손흥민은 동시대 한국인이 인정한 국가대표의 규범이다.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대든 것은 공적 규범에 대한 도전이었다. 선을 넘은 것이다. 스물세살 이강인이 깨닫기엔 너무 심오한 공론장의 작동 방식이다. 이번에 크게 깨달았으리라 믿는다.
이제 이강인을 향한 비난을 거둘 때도 됐다. 약이 과하면 독이 되고, 훈육이 지나치면 폭력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이강인을 향해 마음껏 돌팔매를 날릴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공수처가 수사중인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호주대사로 부임시켰다. 2년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창당한 정당이 기세등등하다. 의사들은 환자 곁을 떠나 대정부 투쟁을 벌인다. 공론장의 금과옥조였던 도덕적 규범이 흔들리면서 정의와 불의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옳고 그름이 뒤섞여 사회 전체가 자가당착으로 오염됐다. 표적을 찾아 헤매는 평범한 악당들이 활개친다. 이강인이 제대로 물렸다.
스포츠 선수는 명료한 규칙에 따라 투명하게 실력을 겨루고 결과에 승복한다. 경기장 밖의 불화를 경기장으로 가져가면 프로가 아니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프로답게 화해했다. 황선홍 감독 말이 맞다. "운동장에서 일어난 일은 운동장에서 푸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