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계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엊그제 내놓은 중재안도 거부됐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제안한 내용은 전공의 즉각 복귀를 전제로 의대 증원 시행을 1년간 유예하되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구체적인 증원 숫자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도, 의사협회도, 전공의단체도 모두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주도권 다툼도 벌이고 있는 의사협회는 애써 무시하려는 반응이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서울대 의대 비대위 측 의견은 의협 비대위, 전공의 비대위와 사전에 전혀 협의된 바 없으며 서울대 의대 비대위의 일방적인 희망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단 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도 "서울대병원 비대위와 합의한 사안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 태도는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중재안을 내놓은 그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의료개혁을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참모진에게 다시 지시했다. 응급 환자와 중증 환자에 대한 빈틈없는 비상 대응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공중보건의 138명과 군의관 20명을 상급종합병원 스무 곳에 파견했다. 의료계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 공백이 장기화함에 따라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조치다. 파견된 공중보건의와 군의관들은 근무에 필요한 교육을 받은 후 어제부터 의료 현장에 투입됐다. 파견 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중보건의는 병역의무 대신 3년 동안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역에서 공중보건 업무에 종사하는 의사를 일컫는다. 경기도의 경우 이번 파견에 포함된 인원은 모두 12명이다.
정부의 이런 조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비상사태에서 취한 임시적 방편이라는 점에서 그 불가피성도 일정 부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공중보건의가 상급종합병원으로 파견된 지역은 이들이 복귀할 때까지 완전히 의료 사각지대가 된다는 점이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지역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 의료취약지는 아예 의료 진공지역이 되어버린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지역 주민들의 몫이다. 뜻밖의 의료 공백이 초래됨에 따라 커지고 있는 주민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또 다른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동진료차량을 긴급 투입하고 순회 횟수를 늘리면서 위기 상황을 넘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