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달 일평균 수출액은 25억6천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2.5%, 지난달보다는 12.2% 높다. 특히 반도체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66.7%로 2017년 1월(69.6%) 이후 최대였다. 수출 회복 등에 힘입어 경상수지는 9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며 경기 부진이 완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고용률도 61.6%로 2월 기준 역대 최고를 달성했다.
그러나 내수는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소비가 얼어붙은 탓에 지난해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대비 1.4% 하락했다. 2022년(-0.3%)에 이어 2년 연속 뒷걸음질한 것은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서비스업 및 건설투자 부진은 설상가상이다. 더 큰 고민은 지난달 다시 3.1%로 뛰어오른 물가이다.
지난달 과일값이 41.2% 올라 1991년 9월(43.9%) 이후 32년 5개월 만에 가장 컸다. 사과(71.0%), 귤(78.1%)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채소류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2.2% 상승해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채소가격 고공행진은 겨울철 한파와 폭설 등으로 작황이 나빠진 영향이다. 농산물이 전체 물가에 기여한 정도는 0.80%p로 2월 소비자물가가 다시 3%대로 치솟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달 외식물가 상승률도 전년 대비 3.8%로 여전히 높았다. 전기·가스·수도도 전년 대비 4.9% 상승해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민생경제 회복'을 내건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상반기 내 2%대)도 달성이 어려울 수 있어 보인다. 정부는 3∼4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역대 최대인 600억원을 투입해서 주요 먹거리 체감 가격을 최대 40∼50% 끌어내리고 현장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과와 배는 저장량 부족으로 올가을 햇과일이 출하되기 전까지는 가격 강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지속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이 감산 조치를 금년 2분기까지 연장한 것도 악재이다. 지난 8일 국제 3대 원유인 브렌트유 값이 배럴당 82.02달러였는데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분기에는 95달러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회복이 상당 기간 지연될 수도 있어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