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드라씨
성남시에서 12년동안 이주민을 상대로 언어 문화 교육을 해온 이중언어코치 온드라씨가 성남시청과 정부서울청사를 거쳐 14일 경기도청 앞에 서서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인 그는 “다른 이주민들의 정착을 돕는 일을 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지만, 호봉도 적용되지 않는 열악한 현실이 벽처럼 다가온다”며 정부와 경기도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동료들처럼 임금을 달라는 게 그렇게 무리한 요구입니까.”

성남시 위탁기관인 ‘성남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센터)에서 12년 동안 이주민 상대로 언어·문화 교육을 해온 이중언어코치 온드라씨가 성남시청과 정부서울청사를 거쳐 14일 경기도청 앞에 섰다. 그는 “셋째 아이를 임신하고 양수가 터질 때까지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몸을 바쳐 일했지만, 12년 동안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에 머물고 있다”며 “옆자리에서 일하는 팀원처럼 호봉제를 적용해 달라는 게 행정기관이 모두 외면할 만큼 어려운 요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4년 몽골에서 한국에 온 결혼이주여성으로, 다른 이주민들이 한국에서 이중언어(모국어, 한국어)를 쓰며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돌고 돌아 도청 앞에서 피켓을 든 것은 “절박한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사업을 연 정부와 성남시를 찾아도 별다른 응답이 없자 경기도가 나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이민자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교육을 하면서, 정작 차별받는 건 제가 아닐까요.”

온드라씨처럼 결혼이주여성 노동자들 다수가 센터에서 함께 일하는 다른 선주민(한국인) 노동자들과 달리 호봉 기준표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이런 임금체계가 명백한 차별이라며 정부와 자치단체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이하 노조)가 이달 진행한 ‘가족센터 및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중언어코치, 통·번역사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응답자 131명 중 111명(84.7%)이 호봉기준표에 따른 임금을 받지 못했다.

이들 결혼이주여성 노동자들의 임금체계가 호봉제 바깥인 건 사업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여가부)의 근거 조항이 없는 탓이다. 이같은 업무는 여가부의 ‘가족안내지침’에 따라 특수사업 형태로 예산이 책정돼 지자체의 위탁 운영을 맡은 센터에 배정되지만, 지침에는 호봉을 적용해야 하는 규정이 따로 없다.

이남수 노조 사회복지지부 전략조직국장은 “같은 센터에서 일하는 선주민들은 업무가 다 다르지만, 모두 호봉제가 적용된다. 그럼에도 이중언어코치와 통·번역사 등 이주민들이 주로 맡은 업무만 별도 급여체계를 적용해 호봉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차별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 관계자는 “호봉제가 아닌 센터 업무 중 시군마다 자체 예산을 투입해 호봉제를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도 차원에서 호봉 미적용 업무 대상 임금체계를 검토해 지원 필요성이 있는지 살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호봉 미적용 센터 업무의 처우개선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이중언어코치처럼 다문화가정특성화사업의 경우 별도 예산을 정해 사업을 하다 보니 호봉제 적용이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도 “센터마다 인건비 현황을 파악해 처우개선을 위한 예산 편성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