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민행진단 입성… 인현동 화재 유가족 동행

“10년 지나도록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 안돼 분통”

세월호10주기행진
14일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가운데 인천시청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세월호 참사(2014년 4월16일) 10주기를 한 달여 앞두고 인천 주요 도로가 노란 물결로 채워졌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로 노란색 조끼를 입거나 노란색 우산과 풍선을 든 사람들이 거리를 행진했다.

14일 세월호참사 10주기 전국시민행진단이 세월호가 출항했던 인천에 입성했다. 지난달 25일 제주도에서 출발한 전국시민행진단은 목포, 수원 등을 거쳐 인천에 도착했다. 행진에는 세월호참사 10주기 인천위원회와 인천지역 노동·여성·평화단체 등이 참여했다. 500여 명의 시민은 오전 10시30분께 인천시청에서 출발해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을 거쳐 부평역까지 행진했다.

시민들은 거리행진을 보며 10년 전 세월호가 침몰한 그날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홍섭(78)씨는 “거리행진을 보니 하루 종일 뉴스를 들여다보면서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이 떠오른다”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는 것이 놀라우면서도 아직까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분통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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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가운데 인천시청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전국시민행진단은 거리행진에서 ▲세월호 참사 국가 책임 인정·사과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재난·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혐오·모독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시민들과 유가족들이 끈끈하게 연대해 또 다른 대형 참사를 막아내자고 다짐했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이광호 운영위원장은 “인천은 인현동 화재 참사로 57명의 학생이 목숨을 잃은 아픔을 간직한 곳”이라며 “인현동 화재 참사 이후에도 각종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이 안타깝다. 재난·참사 피해자들이 연대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완수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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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가운데 인천시청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이날 행진에는 1999년 인천 중구 인현동 화재 참사 피해자 유가족들도 함께했다. 인현동 화재 참사로 아들(故 이현민)을 잃은 이재원(73)씨는 “25년 전에는 사람들이 ‘불량 학생’이라고 손가락질해 자식 잃은 아픔을 호소하지도 못했다”며 “대형 참사 유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인현동 화재 참사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릴 것을 다짐했다”고 말했다.

8개 대형 참사 피해 유가족들은 또 다른 참사를 막기 위한 ‘피해자 연대’를 지난해 12월 꾸렸다. 세월호 침몰과 인천 인현동 화재를 비롯해 ▲삼풍백화점 붕괴 ▲씨랜드 화재 ▲대구지하철 화재 ▲가습기 살균제 ▲7·18 공주사대부고 체험학습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 유가족들이 모였다.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7반 故 정동수군 아버지 정성욱(54)씨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시민이 진상 규명과 애도에 함께해 줘서 고마운 마음”이라며 “앞으로도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많은 분이 함께 목소리를 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시민행진단은 안산을 거쳐 오는 16일 서울지역 행진을 마지막으로 진상 규명과 안전한 사회 만들기를 요구하는 304㎞ 여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