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평등·연대·번영 등 살피며
'협의 일구는 것' 진정한 역할임 주장

■ 정치는 왜 실패하는가┃벤 앤셀 지음. 한국경제신문 펴냄. 472쪽. 2만3천원


정치는 왜 실패하는가
4·10 총선,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가 재등장한 미국 대선까지. 2024년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76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그야말로 '정치의 해'다.

투표장을 찾아야 하는 건 시민의 의무이자 권리.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매번 투표장에 갈 때마다 깊은 고민에 빠진다. '왜 세상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의 본질은 '합의'란 점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나, 우리가 아는 현실은 분명 다르다.

신간 '정치는 왜 실패하는가'는 이런 현실을 바라보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정치는 왜 우리의 삶과 세상을 바꾸지 못했을까?' 여기서 '정치'는 우리의 실생활과 맞닿은 현실의 정치를 의미한다. 저자는 현실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하되, 이는 단순한 냉소 또는 정치 혐오는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책은 민주주의·평등·연대·안전·번영 등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가치 5가지를 차근차근 살피며, 그 속에 담긴 딜레마를 분석한다. 비좁을지라도 이 딜레마 속에서 협의를 향해 길을 일구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고 역설하며 결론짓는다.

저자 벤 앤셀은 한국에서는 이름이 생소하나, 영미권에서는 저명한 정치학자다. 그간 비교 정치학 등 학술서 위주로 책을 발표했으며, 지난해에는 스티븐 호킹과 마이클 샌델 등이 참여했던 BBC 라디오 '리스 강연'에서 '민주주의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신간 '정치는 왜 실패하는가'는 대중을 대상으로 펼쳐낸 그의 첫 번째 책이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