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레알 사장, 계획취소 노조 통보
"비용 대비 수익성 낮아 최종 결정"
美 대선에 '미래차 전략 미정' 관측
韓정부 압박해 지원금 행보 지적도

 

캐스팅보트가 된 부평GM
한국지엠의 PHEV 생산 유치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부평공장의 앞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5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한국GM 정문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3.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한국지엠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 생산 유치 계획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신차 생산 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경우 이미 가동을 멈춘 부평2공장은 물론 부평1공장의 앞날도 어두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에 따르면, 헥터 비자레알 한국지엠 사장은 최근 안규백 한국지엠지부장을 만나 GM에서 검토 중이던 PHEV 스포츠유틸리티차량(코드명 9B)의 생산 및 개발 계획이 전면 취소됐다고 통보했다. GM은 지난해 말 부평·창원공장에 PHEV 차량 생산 설비 관련 문서를 전하는 등 한국지엠을 신차 생산 후보지로 검토했으나 돌연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GM이 PHEV 생산 계획 취소를 통보하며 내세운 이유는 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다. 비자레알 사장은 노조 측에 "본사 검토 결과 비용과 효율성의 문제로 (PHEV를) 최종적으로 생산하지 않기로 결정됐다"며 "나머지 다른 차종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신차 배정과 관련해) 본사에 열심히 요청하겠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지엠 노조는 GM의 이번 결정에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는 입장이다. 오는 11월 5일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와 바이든이 UAW(전미자동차노조)의 표심을 의식한 행보를 보이면서, GM의 투자 전략도 선거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시각이다.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최근 '내연기관차 배기가스 제한 완화' 공약과 친환경차의 내수시장 비율을 계획보다 낮추는 방안을 앞세워 선거전에 돌입했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 미국 내 자동차 생산직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이들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통해 표를 끌어모으겠다는 의도다. GM 입장에서는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에 미래차 투자 전략을 확정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GM이 지난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한 뒤 한국 정부를 압박해 지원금을 받았던 전례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총선 정국을 지렛대 삼아 한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내기 위한 카드로 PHEV 생산·개발 계획 취소라는 강수를 던졌다는 관측이다.

GM이 미래차 계획을 취소하면서 지속가능성이 엿보였던 부평공장의 미래도 다시 불투명해졌다. 현재 부평1공장에서 생산 중인 3개의 차종(트레일블레이저·뷰익 앙코르 GX· 뷰익 엔비스타)생산 시점은 2027~2029년까지인데, 늦어도 2027년까지 후속 차종의 생산 계획이 정해지지 않으면 존속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한국지엠 노조는 가동이 중단된 부평2공장에서 PHEV 차량 생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현재로선 부평1공장마저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GM이 어떤 이유로 계획을 취소했는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한 행보가 아닐지 의구심이 있다"며 "사측에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했다.

GM의 PHEV 계획 철회와 관련해 한국지엠 관계자는 "본사의 결정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후속 차종 유치 등은 다각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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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