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등재 인하대 논문 토대
녹색연합, 경제청에 대책 요구나서

인천 깃대종(지역 대표 동식물)이자 멸종 위기종인 흰발농게(사진)가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인천녹색연합은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과 운염도 개발사업 공사 과정에서 흰발농게를 보호할 대책 마련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에 요구할 계획이다.
인하대 해양과학과 김태원 교수가 이끄는 해양동물학연구실은 공사 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강도 120~250Hz 규모 진동에 흰발농게의 움직임이 빨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 흰발농게는 멈춰 있는 시간이 늘어 천적에 잡아먹힐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수컷 흰발농게가 암컷에게 구애하기 위해 집게발을 떨어 땅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북치기(drumming)'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도 했다.
해당 내용이 담긴 논문 '인위적 지반 진동이 흰발농게의 이동성에 미치는 영향'은 국제학술지 해양오염학회지(Marine Pollution Bulletin)에 등재됐다. 김태원 교수는 "이번 실험으로 흰발농게가 120~250Hz 주파수 진동을 인지하고 평소보다 움직임이 빨라지는 등 행동에도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아냈다"며 "암컷 흰발농게가 북치기 진동을 느끼지 못해 번식 활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영종도 한상드림아일랜드(준설토 투기장 개발사업) 대상지에 서식하는 흰발농게를 진동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상드림아일랜드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운염도 일대는 흰발농게의 대규모 서식지다. 운염도에서는 인천경제청이 추진하는 에코비우스 개발사업도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인천녹색연합은 운염도 갯벌 약 800㎡와 해안으로부터 약 100m 떨어진 지점 약 2천㎡ 면적에 흰발농게가 많이 서식하는 것(1m×1m당 10~20마리)을 확인했다.
인천녹색연합은 해당 논문을 토대로 인천경제청 등에 흰발농게 보호 대책을 요구할 예정이다.
인천녹색연합 박주희 사무처장은 "해당 논문은 각종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에 기초 자료로 제시할 수 있는 등 활용도가 높다"며 "지금도 공사 현장에서 흰발농게를 포함한 생물종에 대한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당 논문을 바탕으로 흰발농게를 보호할 대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흰발농게는 우리나라 남해안과 서해안에 주로 분포한다. 환경부는 2012년 흰발농게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했으며, 인천시는 2021년 지역 깃대종으로 흰발농게 등을 선정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