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방문 거의 없어 "탁상행정"
간단 진료뿐… 대부분 응급실行
의료계 집단행동이 장기화함에 따라 정부가 의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보건소 및 공공병원의 야간 운영시간을 늘려 연장 진료 방안을 내놓았지만, 정작 찾아오는 환자가 없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자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고,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과 도내 일선 지자체 직속 보건소 등에 오후 8시까지 연장 진료 운영 방침을 내놨다. 이에 수원, 성남, 파주시 등 지자체들은 지난달 말부터 각 보건소 상황에 맞게 연장 운영 중이다.
그러나 2주 넘게 연장 운영되는 동안 현장에선 찾는 환자가 없어 이번 대책이 실효성 없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전날 오후 6시30분께 수원 영통구보건소는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 있었다. 찾아오는 환자는 물론 문의 전화조차 오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7시30분께 찾아간 성남 분당구보건소 역시 상황은 같았으며, 파주시보건소 역시 연장 진료 지침 이후 방문 환자는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병원 역시 일선 보건소와 비슷한 실정이다. 연장 진료 시간 동안 찾아오는 환자는 거의 없고 대부분 응급실로 가고 있다.
도내 한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사 A씨는 공공의료기관 및 보건소의 연장 진료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했다. A씨는 "보건소에 오더라도 골절 등은 처치가 힘들고 간단한 내과 진료 정도만 가능하다"면서 "개원의 파업이 아닌 전공의 파업인데 왜 보건소가 문을 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영통구보건소 관계자는 "연장 진료 시간대 사람이 찾아오지 않다 보니 보안상의 이유로 문을 잠그고 벨을 누르면 당직자가 나와서 문을 열어주는 형식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고, 분당구보건소 관계자는 "연장 진료 홍보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인근 야탑역 번화가에 야간 진료를 하는 병원이 많아 보건소를 찾는 환자가 없다"고 했다.
경기도는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중앙 부처의 지침상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현장 의료 기관으로부터 연장 진료 시간대별 방문 환자 수가 저조하다는 보고를 받아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대책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