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고통받는 자연 대명사
주목받지 못한 생태계 본질 서술
빛과 얼음·낯선 이방인 이야기
이해했단 착각 버리고 다시 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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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 북극을 꿈꾸다┃배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북하우스 펴냄. 656쪽. 2만3천원

북극을 꿈꾸다
'북극'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해본다. 드넓은 땅 위로 쌓인 눈, 거대한 빙하, 조각난 얼음, 추위 속에서 겨우 자라난 풀 한 포기와 그곳을 유유히 걸어다니는 북극곰. 그리고 오늘날의 북극은 지구온난화로 고통받고 있는 자연생태계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있다.

예전에도 지금도 북극은 시대의 상황과 그 입맛에 맞게 대상화되어 왔다. 하지만 북극의 이러한 인식은 이곳이 가진 고유한 특성은 고려되지 않았다. 즉 온대와 열대 중심으로 고착된 자연관에서 비롯됐다는 것. 북극의 생태계는 다른 곳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생물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자연주의자'로 불리는 배리 로페즈의 대표작이자 전미도서상 수상작인 '북극을 꿈꾸다'는 주목받지 못한 북극의 진면모를 생생하게 펼쳐낸 생태학의 고전이다.

저자는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북극의 낮과 밤, 하늘을 덮는 오로라와 땅을 덮는 빛과 얼음, 수천 년간 대지와 호흡해온 생명, 서구에서 온 낯선 이방인들의 이야기까지 충실하게 담았다. 그러면서 저자는 자연을 대상화하거나 통제하려 하지 않고, 북극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책은 모두 아홉 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 이야기들은 각각 완결성을 지니면서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북극의 땅과 바다의 특성에 대한 이야기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동식물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이러한 북극과 오랜 시간 호흡한 원주민들의 삶은 북극에 대한 무지와 환상을 가진 이방인들의 욕망과 대비를 이룬다.

북극에 대한 저자의 메시지는 9장 '역사: 지나온 길과 나아갈 길'에서 잘 느껴진다. 북극을 향한 사람들의 업적은 갈망의 대상이었다. 이에 국가와 개인이 치열하게 경쟁한 이곳은 반목과 시기, 질투가 횡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진정한 존중과 존경이 흘러넘치며 얽히고 설켜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날에 북극을 찾는 사람들은 어떨까. 책은 북극의 운명을 결정하는 자들에게서 존중은 느껴지지 않고, 무엇보다 북극에 대해 무지하며 이곳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한다.

북극의 고유한 특성을 이해하고 깃든 지혜를 간직하고 배우는 일. 북극을 알고 이해했다는 착각을 버리고 다시 바라보고, 꿈꾸는 것. 저자가 북극 자체를 온몸으로 느끼는 부드러운 존중의 태도를 갖춘 것은 이렇듯 대지에 깃든 모든 것들과 진심으로 마주하기 위함이다.

과학, 고고학, 인류학, 지리학, 역사, 문화 등 북극에 대한 다양한 관점으로 저자가 그려낸 북극 생태계의 상호작용은 인간과 자연 간의 깊은 관계를 수면 아래로부터 끌어올린다. 그리고 이는 북극을 꿈꿀 수 있도록 하는 상상력이 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