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의 숙원사업인 인천고등법원 설치 관련 법개정안이 자동 폐기될 상황에 놓였다. 21대 국회가 오는 5월말 임기 종료되지만,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처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천고법 설치에 필요한 해당 개정안은 지난달 법사위가 법안 소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만 했을 뿐 심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고등법원은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와 수원에 설치돼 있는데 인천 인구가 300만명, 울산 인구가 11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광역 대도시 중 고법이 없는 곳은 인천이 유일하다. 인천고법의 예상 관할 인구수는 2020년 10월 기준 423만명이며, 관할구역은 최근 10년간 인구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곳 중 하나다. 통계청 장래추계인구 자료나 제3기 신도시 조정계획에 따르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
인천지법은 인천뿐 아니라 경기 부천·김포지역까지 관할하고 있다. 서울고법 인천 원외재판부가 2019년부터 운영되고 있으나, 민사·가사 사건 항소심만 맡고 있어서 행정·형사 합의부 사건 재판은 모두 서울에서 이뤄지고 있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국회에서 발의된 인천고법 법률개정안에 대한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천고법이 서울고법 비대화를 완화하는 효과에는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으나 인천 원외재판부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 서울고법 관할 내 타 지역과의 형평성, 그리고 예산 증가 등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국회 법사위는 접근성을 비롯한 인천시민들의 애로사항을 주목해야 한다. 인천시는 경제특구를 포함한 해양도시로 행정구역이 분산되어 있을 뿐 아니라 도서지역 주민들이 많다. 인천이나 김포지역에서 서울고법까지의 평균 통행시간은 대중교통 96.1분, 승용차 71.5분으로 나타난다. 도서지역은 제외하더라도 강화군의 경우 대중교통으로 171분, 승용차로도 94분이나 소요될 정도이다. 인구 여건과 교통혼잡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접근성은 강원도나 경기북부보다 훨씬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인천고법 설치 법안이 4~5월 중 국회 임시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되고 만다. 인천시와 지역 국회의원들은 인천고법 설치에 서명한 111만여 시민들의 뜻을 살릴 수 있도록 국회 마지막 법안 소위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