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석 후보와 대화하는 김부겸 선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노무현 비하’ 논란에 휩싸인 양문석 경기 안산갑 예비후보와 대화하고 있다. 2024.3.17 [공동취재]/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안산갑 예비후보,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 상임위원의 공천을 두고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 간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여기에 노무현 재단 정세균 이사장까지 가세하면서 양 예비후보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17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총선 후보자 대회에서는 이같은 이견이 노출됐다.

양문석 후보는 이날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위원장에게 다가가 “워낙 저한테 화가 많이 나 계신 것 같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지금 이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건 당신밖에 없다. 여기서 뭐 새로운게 더 나오면 그거는 우리도 보호 못한다”고 불편한 심경을 노출했다.

김부겸 위원장은 이날 대회 이후 기자들을 만나 “제가 재검증을 요청했으니 당에서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그는 전날 서울 강북을을 전략선거구로 돌려 박용진 의원을 사실상 배제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며 양문석 전 방통위 위원 공천을 재검토 해야 한다고 요구 한 바 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대회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선거 지휘는 선대위가 하고 공천은 최고위가 하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요구를 일축했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한 정치인을 ‘비토’하지 않았을 것이며 나도 마찬가지”라고 양 후보를 두둔했고, 지난 15일 밤 최고위에서도 ‘정치인에 대한 정치인의 불만은 문제가 없다’며 양 후보의 공천을 확정한 바 있다.

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 역시 후보자 대회에서 “자꾸 흔들면 안된다. 그대로 가야 한다”고 짧은 입장을 남겼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가는 노무현재단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재단은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재단은 22대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을 모욕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던 인사들이 등장하는 상황에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또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의 경우 2008년 ‘이명박과 노무현은 유사불량품’이라는 기고문에서 ‘불량품’, ‘역겨움’등 입에 담기 민망할 정도의 원색적인 비난과 조롱의 언어를 사용했다. 퇴임 후 봉하마을에서 한 명의 시민으로, 또 농부로 지내려던 전직 대통령을 향한 무분별한 공격이자 무도한 조롱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양문석 후보가 진정성있게 사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바,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은 향후 상황을 계속 지켜볼 것임을 밝혀 둔다”고 경고했다.

이날 김 위원장 측 한 인사는 정세균 이사장과 김 위원장이 직접 통화하며 노 전 대통령 비하 발언에 대한 문제인식을 같이 했다고도 전했다.

양문석 예비후보는 자신의 과거 발언을 둘러싸고 선대위에서 불협화음이 나는 데 대해 자세를 낮췄다.

후보자 대회 후 양 후보는 기자들을 만나 “지난 8년동안 손흥민 축구가 계속해서 진화한 것처럼 양문석의 정치도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는 기대를 국민께 보여드리고 싶다”며 후보직 사퇴를 에둘러 거절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글들이 유족과 많은 지지자들에게 마음에 상처를 준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깊게 사죄드리고 있다”며 “내일(18일) 봉하마을을 찾아갈 것이다. 가서 직접 (사죄)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저의 사퇴 여부를 정하기 위해 전당원 투표도 감수할 생각이다. 전 당원들이 양문석이 이대로 가야 하는지 멈춰야 되는지 결정해주시면 그것 또한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