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까지 가는 시간 줄어… 등교가 여유롭고 즐겁다" 

 

경기도교육청, 파주에 전국 첫 도입
시민 공모 거쳐 '파프리카'로 지어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359명 이용

복잡하지 않은 노선과 쾌적한 환경
학교와 가까운 전용 정류장에 정차
만족도 높아… 도내 확대 운영 검토
의정부·오산은 벌써 추진 의사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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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이 전국 시·도교육청 가운데 최초로 도입한 '한정면허 학생통학 순환버스'가 통학거리가 먼 중·고등학생의 불편을 해소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17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한정면허 학생통학 순환버스'는 등·하교 시간 권역 내 여러 학교를 돌며 운행하는 버스다.

기존 노선버스나 마을버스와 달리 노선이 복잡하지 않고 학생전용이라서 쾌적한데다, 정차지점도 학교와 가장 가까운 전용 정류장이어서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신학기부터 파주시에서 첫 운행을 시작한 한정면허 학생통학 순환버스엔 지난 일주일 동안 무려 학생 1천793명(하루 평균 359명)이 탑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민대상 공모전을 거쳐 '어디든지 자유롭게, 안전하고 편리한 통학버스'라는 의미의 '파프리카(Far·Free·Car) 버스'로 이름 붙여진 파주형 한정면허 학생통학 순환버스는 매일 파주 운정신도시 내 18개 중고등학교를 오가며 학생들의 발이 된다.

버스 10대가 두 개 노선으로 나뉘어 운행하는데, 마을버스 청소년 요금에 다른 연계 교통수단과 환승까지 가능해 이용하는 학생이 점점 느는 추세다. 노선이 안착할 경우 하루 최대 3천명 수준까지 탑승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도교육청은 예측했다.

실제 파프리카 버스를 이용 중인 한 학생은 "편한 점이 많지만, 무엇보다 아침시간 학교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져서 좋다"며 "여유롭게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등교하는 시간이 즐겁다"고 말했다.

파주 파프리카 버스
경기도교육청이 전국 시·도교육청 가운데 최초로 도입한 '한정면허 학생통학 순환버스'인 파주 파프리카 버스. /경기도교육청 제공

파프리카 버스 운영엔 연간 10억원 내외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청과 파주시가 반씩 부담하는데, 이용학생이 많을수록 사업자에게 줘야할 지원금이 줄어들어 예산을 아낄 수 있는 구조다.

파주시의 시범사례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사정이 비슷한 다른 지자체도 앞다퉈 한정면허 학생통학 순환버스 도입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도교육청은 현재 확대 운영을 위해 도내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벌이는 중인데, 벌써 의정부와 오산 등 여러 지역이 추진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의정부시만 하더라도 학교가 몰려있는 동부권 구도심과 신축 공동주택이 밀집한 서부권 신도시가 한 학군으로 묶인 가운데, 대중교통편 부족으로 많은 중고생이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정면허 학생통학 순환버스'에 기대가 실린다. 다만 지자체마다 교통 여건과 환경이 달라 지역별로 도입 시기는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버스 노선들과 충돌하거나 혼선을 빚지 않도록 협의 조정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사실 지역이 넓게 퍼져있고, 대중교통망이 부족한 경기도에서 통합형 학생통학 버스는 꼭 필요한 정책이었지만 과거엔 실현되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

무상교통수단의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등 다른 법령과 상충될 수 있어 학생과 학부모가 요청해도 교육현장에 막상 도입이 어려웠던 것이다.

최근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세버스 감소, 무공해자동차 의무 전환 등 학교별로 기존에 운행했던 통학차량 운영방식에도 한계가 온 상태였다.

파주 파프리카 버스
지난달 시범 운행을 시작한 파주 파프리카 버스 개통식에서 김경일 파주시장과 학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이런 배경에서 도교육청은 지역교육청, 지자체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한정면허 제도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한정면허는 기존 노선버스나 마을버스와 별개로 지자체장이 업무의 범위나 기간을 한정하여 면허를 부여하는 제도로, 대중교통 이용자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여 운영하는 버스노선을 말한다.

즉, 한정면허 학생통학 순환버스는 '등하교 시간에, 학생만' 이용하는 조건으로 운행이 가능한 것이다.

제도적 돌파구를 찾은 도교육청은 이어 올해 본예산에서 사업비를 확보하고, 관련된 조례를 개정해 버스운영비를 보조할 근거를 마련한 끝에 시범 운행에 나설 수 있었다.

도교육청은 앞으로 파프리카 버스 운행 과정에서 도출되는 문제점을 취합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해 나가는 한편, 이용자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사업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도교육청 교육복지과 관계자는 "한정면허 학생통학 순환버스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통학지원 서비스로 초등학생 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 학생까지 넓게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이라며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맞춤형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 이 기사는 경기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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