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130여명, 일대 쓰레기 수거

학생들 탐조대 망원경 활용 관찰
철새 보호 홍콩·대만 협력 고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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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저어새생태학습관에서 열린 '2024 저어새 환영잔치 저어새 섬 줍깅' 행사에서 어린 참가자가 인천으로 돌아온 저어새를 탐조하고 있다. 2024.3.1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겨울에 일본·대만·홍콩 등지로 갔다가 따뜻한 봄이 되면 어김없이 고향 '인천'으로 돌아오는 멸종위기종 저어새를 환영하는 잔치가 열렸다.

지난 16일 오전 인천 남동유수지 인근에 있는 저어새 생태학습관. 겨우내 일본·대만·홍콩 등에서 머물다 인천으로 무사히 돌아온 저어새를 환영하기 위해 시민 등 130여 명이 모였다.

매년 봄이 되면 남동유수지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저어새 'E90'에 이어 20여 마리가 뒤따라왔다. 2012년 인천에서 태어난 E90은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의미로 '빨간색' 가락지를 달고 있다. E90은 저어새의 대표적인 월동지 대만 타이난시에서 겨울을 보내고 지난 12일 인천으로 돌아왔다.

'대만저어새보전협회'가 제작한 공식 웹사이트(bfsn.bfsa.org.tw)를 보면 E90처럼 가락지를 단 저어새들이 언제 태어나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2002년부터 한국, 대만, 홍콩 등 각국 저어새 보호 활동가들은 저어새에 가락지를 부착해 가락지 색과 알파벳, 숫자로 저어새를 구분하고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2024 저어새 환영잔치 저어새 섬 줍깅
16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저어새생태학습관에서 열린 '2024 저어새 환영잔치 저어새 섬 줍깅'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남동유수지일대에 쌓인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2024.3.1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날 저어새 환영 잔치는 남동유수지 주변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시작됐다. 저어새가 남동유수지 일대의 쓰레기를 주워 둥지를 만드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유수지 근처엔 페트병, 담배꽁초, 폐비닐 등 각종 쓰레기가 가득했다.

저어새 환영 잔치에 참가한 학생들은 쓰레기를 줍다가 담배를 피우던 어른들에게 "담배꽁초는 꼭 쓰레기통에 버려주세요"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김지환(석천초·12)군은 "매년 쓰레기 줍기 활동에 참여한다"며 "저어새가 안전하게 알을 낳고 새끼 저어새와 행복하게 인천에 머무를 수 있도록 모두가 남동유수지 주변을 깨끗하게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탐조대에 있는 망원경으로 유수지 인공섬에서 쉬고 있는 저어새를 관찰했다. 망원경을 한참 들여다보다 저어새를 발견한 한 학생은 신이 나 폴짝폴짝 뛰기도 했다.

엄마와 함께 처음 남동유수지에 왔다는 이예원(장서초·13)양은 "학교 수업에서 배운 저어새에 관심이 생겨 환영 잔치에 참여했다"며 "직접 저어새를 보니 귀엽고 신기해 앞으로도 자주 생태학습관에 오겠다"고 했다.

인천 등 서해안 일대는 전 세계 저어새의 80% 이상이 태어나는 곳이다. 대만, 홍콩, 일본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면 인천으로 돌아와 4~7월에 번식한다.

행사에 참여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안연희 사무국장은 "지난 1월 인천시와 EAAFP가 함께 홍콩과 대만을 방문해 '저어새 나라'들이 어떻게 협력할지 고민했다"며 "올해도 국제포럼을 열어 저어새에 대해 더 연구하고 정보를 교류할 것"이라고 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