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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인천시 중구 운서동 인근 해상에서 공사가 진행중인 서해남북평화도로 신도대교 교각 사이로 어선이 지나가고 있다. 2024.3.1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김포 대명항 100척 중 30척 안강망
신도수로 높이 미확보로 사고 위험
인천시 '주항로'땐 문제 없다 입장
"어민의견 충분히 반영 안돼" 주장


어선 조업 경력 40년인 김재복(65)씨는 지난해 10월30일 새벽 신도대교(건설 중)를 지나던 중 발생한 사고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김포 대명항에서 출항해 인천 장봉도 인근으로 향하던 김씨의 안강망 어선(7.93t) 상부에 있는 약 8m 높이의 그물 인양 장치가 대교 상판에 부딪쳐 뒤로 넘어갔다.

17노트(kn) 속도로 이동하던 김씨 어선은 크게 요동쳤다. 어선에 있던 선원은 김씨를 포함해 모두 5명. 어선이 뒤집히지 않아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1천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김씨가 해양경찰청에 신고한 사고 시각은 새벽 4시35분께로 해수면이 가장 높아지는 만조를 약 한 시간 앞두고 있었다.

김씨는 "지금도 그 다리 지점을 지나갈 때 가슴이 벌렁거린다. 잘못했으면 선원 5명이 다 죽을 수 있었다"며 "깜깜한 밤에도 수십 년간 다닌 뱃길인데 이런 사고가 생길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서해남북평화도로 1단계 사업으로 1천513억7천200만원(국비 61%, 시비 39%)을 들여 영종도~신도를 잇는 신도대교를 건설하고 있다.

17일 현재 공정률은 57.2%다. 길이 4.05㎞ 왕복 2차로 교량으로 내년 말 준공(개통) 예정이다. 인천시종합건설본부가 기본계획을 세웠고, 한화건설 컨소시엄이 설계·시공 일괄(턴키)로 공사를 담당한다. 김씨 어선이 사고를 당하기 수일 전 대교 기둥 위에 상판을 올린 공사가 진행됐다.

김씨 어선이 대교 상판에 부딪친 이유는 해수면과 신도대교 사이 '충분한 높이'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포 대명항에서 출항한 어선들은 신도 앞 신도수로를 이용해 조업에 나선다. 인천시종합건설본부도 지난 2021년 신도대교 부근 선박 항적을 조사하면서 대부분 어선이 신도수로를 통해 이동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신도수로 구간에서 가장 높은 해수면(약 최고 고조위)을 기준으로 신도대교 상판까지 높이는 6.7~8.5m, 너비는 30m에 불과하다. 만조가 가까워질 때 10t 미만의 높이 7~9m 안강망 어선은 해당 뱃길을 지나갈 수 없도록 설계됐다는 얘기다. 현재 김포 대명항에 있는 어선 100여 척 중 30여 척이 이에 해당한다.

인천시종합건설본부는 만조 때 신도수로가 아닌 '주항로'를 이용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영종도 쪽 주항로는 신도수로와 달리 만조 때 여유 높이가 21m, 항로 너비가 90m로 설계됐다. 신도수로 쪽 통항로는 간조 때만 이용하고 해수면이 높을 땐 영종도 쪽 주항로로 운항하면 된다는 얘기다.

시공을 맡은 한화건설 컨소시엄 관계자는 "신도대교가 시작되는 부근에 운서IC 등 기존 도로가 있어 영종도 쪽에 주항로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신도수로 쪽 형하고(桁下高·교량 상판과 해수면 사이 공간)를 높이면 신도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길게 만들어야 해 공사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 위치도 참조

어민들은 신도대교 설계에 어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신도대교와 관련된 현장 공청회 등은 영종도와 신도를 대상으로만 열렸고 인천시 소속이 아닌 김포어촌계에서는 진행되지 않았다. 지난해 신도대교 상판구조물 건설공사 전 공문을 통해 '만조 시 영종도 쪽 주항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안내만 한 번 이뤄졌다고 한다.

김포어촌계 관계자는 "신도수로와 영종도 쪽 주항로 사이에 암초가 많고 수심도 얕다. 간조 후 3시간 정도 지나야 배가 갈 수 있는 깊이가 된다"며 "뱃길이라는 게 바닷속에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데, 이를 고려한 충분한 안전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