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대한항공 신(新) 엔진 정비공장 기공식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인천이 아시아·태평양지역 항공정비(MRO)산업의 메카로 비상하는데 필요한 활주로가 펼쳐진 셈이다. 오는 2027년 공장이 완공되면 대한항공의 정비 가능 엔진 대수가 연간 100대에서 360대로 늘어난다. 정비 가능한 엔진 종류도 훨씬 다양해진다. 국내 항공사 정비 물량뿐만 아니라 아·태지역 항공사들의 엔진정비 물량까지도 감당할 수 있게 된다. 3년 전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 IAI의 대형 노후 여객기 개조사업을 담당하는 첫 해외 생산기지로 인천이 선정돼 오는 7월 사업 개시를 앞두고 있고, 화물 전용 항공사 아틀라스항공의 중정비센터도 연내 착공이 예정돼 있다. 인천이 글로벌 MRO산업의 요충지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입증하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들이다.
항공기의 수리, 정비, 개조를 의미하는 MRO는 고용 창출 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특히 엔진정비 분야는 MRO 시장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2033년까지 연 4.0%의 성장세가 예상되는 높은 성장잠재력 또한 갖고 있다. 하지만 국내 MRO산업은 항공사 중심의 자사 정비체계로 인해 전문 기업들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해외 의존도가 높다. 국내 항공정비 물량의 56%, 9천억여 원 규모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그 어느 산업분야보다도 자체 경쟁력 확보와 강화가 요구된다. 정부가 지난 2021년 인천은 해외 복합 MRO 기업 유치 중심으로, 경남 사천은 군용 항공기와 민간 소형 항공기 정비 분야로 각각 특화해 양 지역 간 갈등을 수습하고 중복투자 방지 방안을 마련코자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인천의 입장에서 볼 때 활주로의 안개가 완전히 걷힌 게 아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업 범위에 MRO를 추가하는 관련법 개정이 원활치 않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항공기 정비업을 비롯한 MRO 분야에 직접 참여 가능하도록 하자는 게 개정 법률안의 주된 내용인데 MRO 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해온 경남 사천의 극렬한 반발에 부닥쳐왔다. 지난 2020년 6월 첫 개정 발의된 이후 지금까지 모두 10건의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으나 모두 불발로 그쳤다. 인천국제공항공사법의 개정이야말로 인천이 아·태지역 MRO 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매조지 작업이다. 지역의 역량을 총결집시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