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격전지를 가다] 이수정 vs 김준혁

공중파 출연 인플루언서 보듯 친근해
직접 의견청취 '스타벅스 전략' 흥미

박광온측과 '원팀 결합' 시너지 기대
수성-유신고 인맥 캠프 뒷받침 든든

'일찍 출정 vs 12년 텃밭' 초접전 양상
"5%가 승패 갈라" "지역 더 잘 알아"


이수정
이수정 국민의힘 수원정 후보가 17일 수원 영흥공원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2024.3.17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인지도를 앞세운 여당 후보의 약진인가, 지역 조직을 등에 업은 수원 정치인의 수성인가."

박광온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내리 3선을 한 수원시정 지역구의 판세는 이렇게 요약된다.

수원시정에선 다년간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며 대중 인지도에선 압도적인 장점을 보이는 이수정 국민의힘 후보와 친명 후보라는 강점과 탄탄한 조직력으로 박광온 의원을 당내 경선에서 제친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맞붙는다.

"이수정입니다. 안녕하세요" 17일 오후 수원시 영흥공원에서 시민들과 만난 이 후보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는 여당 영입인재 1호로 지난해 연말 일찌감치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제 선거운동이 몸에 익었다. 시간이 6개월만 더 있으면 선거를 더 잘 치를 자신이 있다"는 이 후보의 말처럼, 저명한 범죄심리학 교수라기보다 정치인처럼 능숙하게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모습은 지지를 호소하는 여느 정치인과 다를 것이 없었지만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다가와 사진을 요청한다는 점에서 마치 인플루언서를 보는듯했다. 이 후보에게 사진을 청하는 사람들은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나 청년들이 많았다.

이런 지지층을 염두에 둔듯, '스타벅스 전략'이 흥미롭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매일 스타벅스 여러 곳에 들른다. 거기서 아이를 데리고 나온 학부모나 시민들을 만나 직접 의견을 듣고 공약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서야 후보가 확정된 민주당과 달리 일찌감치 민심 공략에 나선 이 후보는 "20% 지지율에서 시작해 한 달이 지나니 30%가 됐고, 또 한 달이 더 지나 지금 40%에 이르렀다"고 자평했다.

평균 연령이 낮고 청년층-직장인이 많이 거주하는 영통-광교 지역을 지역구로 둔 이 후보는 맞춤 공약으로 표심 공략에 나섰다. 난임 클리닉, 공공지원 산후조리원, 아동병원, 자폐아 치료까지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공약을 구성했다. 여기엔 이 후보 본인의 가정사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며느리가 아이를 갖는데 고생을 하는 것을 보며 (난임이)심각한 문제라는 걸 인식했다"고 시민들에게 직접 설명했다.

이영미(38·광교1동)씨는 "저도 어렵게 첫째를 가졌기 때문에 난임 문제에 관심을 두는 후보에게 눈길이 간다. (이 후보 인지도가 높아)평소 알고 지낸 사람처럼 친근하다"고 전했다. 이 후보와 기자가 잠시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도 스마트폰 촬영 모드를 켠 시민들이 금방 모여들었다.

그는 직장인이 관심을 가지는 3호선 연장, 오랜 현안인 소각장 이전 등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지역구를 양보한 홍종기 전 수원정 당협위원장의 조직이 돕고 있지만, 오랜 기간 민주당이 당선자를 배출한 지역이어서 '조직' 측면에선 열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후보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번 선거는 '조직' 대 '개인'(이 후보)의 싸움"이라고 정의한 뒤 "여론조사 지지율이 붙어 있는데 남은 시간 동안 5%를 누가 끌어오는지가 승패를 가를 것 같다. 시민들의 선택을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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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수원정 후보가 17일 수원 광교호수공원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3.17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같은 날, 민주당의 김준혁 후보는 광교호수공원을 찾았다. 김 후보는 "안녕하세요. 민주당 김준혁입니다"라고 '민주당' 후보임을 강조하며 시민들을 만났다. '언더독'으로 평가받은 김 후보는 박광온 전 원내대표와 경선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머쥐며 본선 무대에 올랐다. 12년 동안 다져진 민주당 조직이 든든해 조직력에서 국민의힘을 너끈히 앞선다는 평가다.

김 후보 캠프 측은 "18일부터 박광온 의원 측 조직이 선거사무소에 출근하며 '원팀'으로 결합한다. 앞으로 더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신대 교수인 김 후보는 오랜 기간 수원에서 활동을 펼쳐와 조직력은 물론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게 장점이다. 특별히 참모진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지역 현안을 이해하고 해결안을 도출할 정도이며 지역 단체들과도 긴 시간 인연을 맺어와 경선 승리 열흘 만에 안정감을 찾았다.

수원 지역은 수원-수성-유신의 3개 고등학교 인맥이 영향력을 발휘해 왔는데 김 후보 측 캠프는 수성-유신의 결합이 뒷받침돼 있다. 상황실장은 김 후보와 동창인 수성 출신이 맡고 일정은 유신 출신이 담당하는 게 상징적이다. 이런 조직력은 첫 여론조사부터 40%를 돌파하며 위력이 증명됐다.

이뿐 아니라 지역의 전통적인 진보 사학인 한신대 인맥을 바탕으로 선명한 민주당 노선을 강조한다는 점도 조직력을 공고히 할 수 있는 포인트다. 광교호수공원에서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은 "파이팅", "난 민주당만 찍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현장에서 만난 김 후보는 "상대 후보를 비하하고 싶은 의도는 없다. 하지만 지역을 더 잘 아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명확하다. 캠퍼스 안과 밖은 다른 세상"이라면서 "정조대왕의 정신인 실용주의로 지역을 바꿔 놓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3호선 연장이라는 공약만 해도 가장 중요한 건 기지창 문제고, 기지창을 화성에 두는 게 과제다. 실용주의로 문제를 풀어 결과를 이끌어내겠다"며 "기증 유물 중심인 광교박물관을 어린이박물관으로 바꿔 시민들이 자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 이처럼 여러 공약을 실용적인 관점에서 풀어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몇 달 먼저 현장을 뛰며 높은 인지도를 무기로 지역 공략에 나선 여당 후보, 며칠 전 후보로 결정됐지만 강력한 조직으로 수성에 나선 야당 후보의 한판 대결은 초장부터 초접전 양상이다.

경인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 지지율은 40.6%, 김 후보는 43.4%를 기록했고 경기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도 접전(이 후보 40.2%, 김 후보 42.2%)이었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그래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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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