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조, 숨진 김포시 공무원 추모
120만명 신상정보 노출 관행 비판
폭행·폭언·괴롭히기 '범죄' 규정
"정부 TF, 면피 위한 형식적 절차"
국내 양대 공무원노동조합이 김포 공무원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악성민원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의 응답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이해준)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석현정)은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악성민원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 마련을 요구하며 숨진 김포시 9급 공무원 A(37)씨를 추모했다.
이른 아침부터 현장에는 두 노조 관계자 60여명이 집결해 비장한 분위기 속에서 향후 투쟁방향 등을 삼삼오오 논의했다.
이해준 위원장은 경인일보와의 별도 인터뷰에서 "공무원들이 악성민원과 갑질·폭행 등에 시달리는 사건이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기관과 정부에서 늑장대처를 했고, 특히 현장에서는 공무원이니까 참아야 한다거나 누구 아는 사람이니까 참자는 식으로 넘어가다가 사태가 심각해졌다"며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강력하게 대책을 요구해왔지만 정부가 느슨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석현정 위원장은 "김포시 공무원이 숨진 데 대해 전체 120만 공무원노동자가 함께 아파하고 있고 국민들도 공감해주고 있다"며 "이번 사건이 유독 아픈 이유는 고인이 공직에 입문한 지 2년도 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신상정보 노출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는 것 때문"이라고 말했다.
석 위원장은 그러면서 "고인의 정보는 보호됐어야 했음에도 그러한 정보가 무조건적으로 공개되고, 공개가 관행이 되고, 그 관행이 세상을 떠나게 한 것"이라며 "법을 바꾸는 건 어려울지라도 현장에서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현재 120만 공무원노동자의 정보를 국민의 알 권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개하고 있는 건 반드시 막을 수 있다. 정부의 대책이 거기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양대 노조는 최근 악성민원의 양상으로 폭행과 폭언을 비롯해 성희롱, 보복민원, 반복민원, 괴롭히기 민원 등을 들었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장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친절·신속·해결만을 강요해왔고 대한민국의 행정처리 속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며 "정부가 손을 놓고 지자체장이 주민들의 눈치만 보는 사이, 감정노동자인 공무원의 인권은 없어지고 남은 것은 죽음과 질병, 퇴사뿐"이라고 성토했다.
악성민원을 '특이민원'이 아닌 '범죄'로 규정한 이들은 "민원처리에관한법률에 민원담당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규정돼 있으나 실제로는 인력과 예산 부족을 핑계로 외면받고 있고, 이행하지 않아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고 현행법이 일선에서 작동하지 않는 점을 문제시했다.
석 위원장은 "정부의 악성민원 TF에 공무원노동자를 대표해서 들어가는 사람이 없고, TF가 현장 의견을 수렴하겠다면서 시간을 하루밖에 주지 않았다"며 "면피를 위한 형식적인 TF가 될 게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영정을 형상화한 보드에 '온라인 좌표찍기로 시달림 당해' 등 지역별 구체적인 피해사례를 명시해 들고 있던 이들은 끝으로 도로에 전부 드러눕는 퍼포먼스로 A씨를 애도하며 회견을 마무리했다.
/김우성·조수현·변민철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