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영상 폭로' 국민들 충격속
한동훈 등장… 국힘 지지 극적 상승
민주 '친명 공천' 틈탄 '조국 신당'
좌파는 단결중… 용산이 빌미 제공
합리적 해법 고민하는 대통령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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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주가 후보자 등록기간이다. 앞으로 길거리에서는 후보자들의 구호와 노래가 흐를 것이다. 지금까지의 총선과정은 코미디보다 재밌고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었다. 매일매일 상식과 상상을 초월하는 새로운 뉴스가 생겨났다.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고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DJ의 명언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총선 드라마와 코미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십일이면 새로운 여론이 형성되고 판세가 뒤바뀌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소셜미디어는 뉴스를 빠르게 전파한다. 민심도 함께 요동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보선의 원인 제공자를 다시 공천한 여당을 유권자는 냉정하게 심판했다. 대통령의 독선과 독단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김건희 여사의 이른바 '명품백 영상'이 폭로되었다. 몰래 촬영한 영상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크다. 그렇지만 그 영상을 시청한 국민들의 충격도 컸다. 촬영 시점이 대통령 당선 이후라는 점도 실망이었다. 예정된 대통령 해외 순방일정이 갑자기 취소된 것도 석연치 않았다. 불과 몇 달전의 일들이다.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위기감은 높아졌다. 이때 등장한 사람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다. 그는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외모도 젊고 깔끔한 패셔니스트였다.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직설적인 언어를 구사했다. 참신한 정치 신인이 탄생했다. 본인의 총선 불출마 선언도 신선했다. 공천과정의 잡음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총선에서 야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하면 '식물'대통령이 된다는 걱정까지 더해져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극적으로 상승했다. 중도층의 마음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여당의 지지율 상승에 기여한 것은 바로 더불어민주당이었다. 이재명 대표는 시스템에 의한 공천이라고 강변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친명 공천이라고 판단했다. 당내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유서 깊은 정통 야당은 사라졌다는 개탄과 함께 이재명 사당(私黨)화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이를 틈타 부상한 것이 이른바 '조국 신당'이다.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고 민주당에 실망한 '반(反)국민 비(非)민주'층을 공략했다. 이 당에 모인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전과자, 피의자들의 집합소다. 불과 한달 전, 자녀입시비리로 유죄를 선고 받은 당사자가 교육정책의 공정을 말한다. 음주운전, 무면허운전의 전과 중범자(重犯者)가 정의를 외친다. 이들은 기이한 선거제도를 이용하여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려고 한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20대의 청년유권자들은 이들을 외면한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공천의 기억은 잊혀간다. 선거국면으로 전환했다. 좌파는 일치단결하고 있다. 공동의 적 앞에서 갈등을 봉합하고 '윤석열 정권심판' 구호 아래 하나가 되었다. 지역은 민주당을, 비례는 조국신당을 찍으라는 전략을 구사한다. 종북좌파도 수용하고, '2찍' 갈라치기의 정치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빌미를 제공한 것은 용산이다. 피의자 신분의 전 국방장관을 대사로 임명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기습 출국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야반도주로 보인다. 의료개혁도 마찬가지다. 초기에는 지지를 받았지만 장기화될수록 국민들은 불안해진다. '법대로'를 외치며 대응하는 대통령을 보면 강골(强骨) 검사가 떠오른다. 의견이 다른 상대방은 피의자가 아니다. 소통하면서 합리적인 해결방법을 고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국민들은 기대한다. '한동훈 효과'로 상승한 중도층의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

지지율의 등락은 반복된다. 앞으로 또 어떤 사건, 사고가 선거 판세를 바꿀 것인가. 남은 기간 어떤 전략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원인 제공자가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 감동으로 연결되면 드라마가 되고, 해프닝이 되면 코미디가 된다. 총선 드라마와 코미디는 선거일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물론 관심이 없는 시청자는 끝까지 외면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들만의 프로그램으로 끝난다. 유권자들은 어떤 판단을 할 것인가. 그건 아무도 모른다.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