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공감대·애로사항 등 확인"
김귀옥 인천지방법원장이 고질적인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며 법정에 재판장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지방법원장이 재판장으로 나서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김 법원장은 19일 오전 10시20분께 인천지법 416호실에서 열린 제7민사부 재판을 맡았다.
30여 년 경력의 김 법원장은 법정에 출석한 피고·원고 측 변호인과 대화하며 추가 증거 제출을 요구하는 등 능숙하게 재판을 진행했다.
김 법원장이 진행한 재판은 손해배상 청구, 구상금 청구, 부당이득금반환 청구 등 총 9건인데, 민사 중에서도 장기미제(항소심으로 넘어온 지 1년 6개월 이상 지난 사건)로 분류되는 사건을 주로 담당했다.
민사 재판은 개인회생이나 파산, 관련 사건의 재판 대기, 해외 송달 등의 문제로 지연되곤 한다. 이날 재판 중에는 2019년부터 4년 넘게 이어온 사건도 있었다.
김 법원장은 직접 재판을 맡은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어떤 부분을 지원해야 할지 일선에 있는 판사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문제점을 확인하고자 직접 참여했다"며 "행정사무 등 다른 업무 수행 때문에 힘들 수 있긴 한데 보람도 있을 것 같다. 직전(의정부지법)에도 재판을 해온 터라 문제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천지법은 다른 법원에 비해 법관 1명이 처리해야 할 사건이 많다"며 "법관 증원이 필요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대법원 '2023 사법연감'을 보면 민사 사건 1심 재판(합의부 기준)의 경우 2018년 9.9개월이던 평균 처리 기간은 2022년 14개월로 늘었다. 형사 사건 1심 재판(합의부 기준)은 같은 기간 4.9개월에서 6.8개월로 길어졌다. 이에 법원은 장기미제 사건 중점 처리, 잦은 사무분담 변경 최소화 등 여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인천지법뿐만 아니라 최근 수원지법, 서울행정법원, 서울북부지법 등에서도 법원장이 직접 장기미제 사건을 맡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천지법 관계자는 "사법행정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법원장이 직접 재판에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재판 지연 문제에 관심이 크다는 것"이라며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