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립 451명… 작년 초과 전망
40대 22명·50대 331명·60대 98명
악성민원·교권침해·행정부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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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하락과 과도한 업무로 인해 인천 내 명예퇴직 교사 수 증가와 함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 내 한 고등학교. /경인일보DB

인천에서 명예퇴직하는 교사가 매년 증가(2023년 12월11일자 6면 보도=떠나는 교사 많고, 채용은 줄고… 학교 업무 '가중')하는 가운데, 그 연령대도 낮아지는 분위기다. 추락한 교권, 가중되는 업무 등을 이유로 명예퇴직 요건을 채우자마자 그만두려는 교사가 많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명예퇴직은 교사 등 교육공무원이 재직 기간 20년을 넘기면 정년 퇴직일로부터 최소한 1년 전에 스스로 퇴직할 수 있는 제도다. 명예퇴직 시기는 매년 2월 말과 8월 말로 두 차례인데, 신청자가 인천시교육청 심사를 거쳐 '명예퇴직수당' 지급 대상자로 선정되면 교단을 떠나게 된다.

인천지역 명예퇴직 교육공무원 수는 공립과 사립을 합해 2021년 393명, 2022년 370명, 지난해 514명 등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들어서도 2월에만 벌써 공·사립 교육공무원 483명이 명예퇴직했다. 다가오는 8월 신청까지 고려하면 올해 명예퇴직자 수는 지난해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눈여겨볼 점은 최근 명예퇴직자들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이 집계한 결과 올해 2월 공립학교 명예퇴직자 451명 중 40대는 22명, 50대는 331명, 60대는 98명이었다. 그동안 명예퇴직은 50대 후반에서 60대가 대부분이었는데, 40대가 20명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정년(62세)이 한참 남았음에도 교편을 내려놓는 교사가 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악성 민원이나 교권 침해, 수업과 상관없이 떠맡는 행정업무 부담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명예퇴직 이후 계약제 교사가 돼서 학교로 돌아오는 경우도 일부 있다. 계약제 교사는 수업 외 학생 관리나 담임을 맡아야 하는 의무가 없어 상대적으로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교사 수가 부족한 일부 학교는 계약제 교사로 공백을 채우고자 하는데,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 지원자들이 원하는 조건을 맞춰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계약제 교원 채용 요건은 더 완화됐다. 교육부는 올해 1월 교사·강사 등 계약제 교원 기준을 낮춰 학교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는 계약제 모집 공고 시 기준 연령을 확대하거나 아예 제한을 두지 않아도 된다. 또 지구과학 기간제 교사를 뽑을 때 '지구과학 또는 과학'으로 표시하는 등 과목 범위를 넓혀 공고할 수 있다.

인천 한 초등교사는 "업무 강도에 비해 교권은 계속해서 약해져 20년만 채우고 떠나려는 교사가 많다"며 "하지만 여러 사정상 선뜻 명예퇴직을 신청하지는 못하는데, 실제로 이른 나이에 명예퇴직하게 됐다고 하면 축하해 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계약제 교사 요건도 완화되고 수업만 잘하면 되니 명예퇴직을 희망하는 교사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