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불황형 상품 '가성비'
최저가 표방 제품도 잇단 출시
고물가 장기화에 가성비를 앞세운 '거거익선' 바람이 편의점에 불고 있는 가운데, 서민의 대표 술 소주도 용량이 큰 제품이 인기를 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소주 매출에서 대용량 페트(PET) 소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고물가에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병 소주보다 용량이 많고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페트 소주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지난해 페트 소주 매출이 50.2%를 돌파했다. 소주 매출에서 처음으로 병 소주를 넘어선 것이다. CU의 연도별 소주 매출 추이를 보면 2019년 30.4%에 그쳤던 페트 소주 비중은 2021년 44.2%, 2022년 47% 등 해마다 증가세를 보였다. 이와 반대로 2019년 69.6%에 달했던 병 소주 비중은 2021년 55.8%로 처음 60%대 점유율이 무너진 뒤 줄곧 감소세를 보이다 2023년 49.8%로 내려앉았다.
소주 매출도 페트 소주가 견인했다. 지난해 페트 소주 매출은 2019년 대비 158% 신장했다. 같은 기간 병 소주는 27.1% 오르는 데 그쳤다.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 또한 페트 소주가 지난해 소주 매출을 이끈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페트 소주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25.3%로, 병 소주나 팩 소주보다 상대적으로 신장률이 높다는 게 GS리테일 설명이다.
유통가의 핵심 키워드인 'MZ'도 편의점에서 페트 소주를 택하는 추세다. 지난해 GS25에서 페트 소주를 구매한 고객 중 20·30대 비중은 65.1%에 달한다. 전년 대비 30%p 증가한 수치다.
소주는 예로부터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잘 팔리는 '불황형 상품'으로 불렸다. 이런 가운데 가성비가 좋은 페트 소주 매출이 최근 병 소주를 추월한 점은 그만큼 경기가 불황이라는 방증이다.
보통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640㎖ 페트 소주 판매가는 3천300원, 360㎖ 병 소주 판매가는 1천900원이다. 10㎖당 각각 51.6원, 52.8원꼴이다. 소주 한 잔 용량인 50㎖로 환산하면 1잔당 258원, 264원이다. 페트 소주가 병 소주보다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 고물가에 주머니가 얇아지면서 소주에서도 '거거익선' 선호도가 높아지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 속 편의점 업계는 저마다 가성비를 앞세운 페트 주류를 출시하고 있다. GS25는 업계 최저가를 표방하는 '선양소주'를 내놨다. 640㎖ 상품으로 가격은 3천원이다. 기존 페트 소주보다도 300원 싸다. CU는 1천500원짜리 '밤값 막걸리'를 내놨다. 유사 상품 대비 최대 49% 저렴하다는 게 BGF리테일 설명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먹거리 물가가 치솟으면서 대용량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추후에도 가성비를 앞세운 상품 출시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