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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황상무 시민사회수석과 이종섭 주 호주대사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에 딴청을 부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황 수석은 특정 언론사를 지목해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상기시켰다. 식사자리 농담이라지만, 말도 안 되는 해명이다. 이 대사는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대상이면서도 임지에 부임했다.

여론이 악화하면서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추락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여당 공천자들이 황 수석 경질과 이 대사 귀국조치를 요구하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통령실에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요지부동이다. 황 수석 문제에 대해서는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이라고 문제의 본질을 회피했다. 이 대사와 관련해서도 공수처가 소환할 때까지 대기하기 위해 귀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 수석과 이 대사를 둘러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대립과 갈등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대통령실과 여당이 감당할 일이다. 국민의힘의 우려대로 총선 패배의 빌미가 된다 해도 정치적 책임의 영역은 대통령과 여당에 국한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민이 대통령에게 위임한 국정의 무게를 생각하면 훈수를 두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대통령은 의대정원 확대라는 국정 수행을 위해 의사단체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직전 정부도 두 손 들었던 국정과제다. 의대정원 확대를 지지하는 국민 여론이 버텨주는 바람에 정면돌파 의지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이탈 장기화로 국민의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다.

대통령이 사소한 일로라도 여론의 신뢰를 상실하면 형편없는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유지해온 의대정원 확대를 지속할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대통령실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국정 동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대통령 지지를 갉아먹을 황 수석과 이 대사를 신속하게 경질하고 외교부 본부 대기를 명하는 정무적 결단을 건의해야 맞다. 지나간 일이지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도 발생 당시 담백한 대국민사과로 마무리했다면 지금껏 대통령을 괴롭히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끊임없는 사소취대의 과정이다. 대통령의 개인적 인격과 감성보다 대통령의 공적 책무인 국정을 앞에 두어야 한다는 얘기다. 황상무와 이종섭에 연연하다 의대정원 확대를 실현할 여론의 지지를 잃어버릴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