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로 국내외 영화제 휩쓴 이란희 차기작
특성화고 실습생 통해본 청소년 노동자 얘기
4월까지 인천 서부산단·남동산단 로케이션
“실습생 ‘죽은 존재’ 아닌 ‘살고 있는 존재’”
정리해고무효소송에서 진 노동조합원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 데뷔작 ‘휴가’로 국내외 주요 영화제를 휩쓴 이란희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3학년 2학기’가 최근 촬영에 돌입했다.
영화 ‘3학년 2학기’는 특성화고등학교 현장실습생들을 통해 들여다본 청소년 노동자들의 삶 이야기다.
취업을 목표로 하는 특성화고 학생들은 보통 3학년 2학기 현장실습을 통해 교복이 아닌 작업복을 입고 노동 시장, 즉 ‘어른들의 세계’로 편입된다. 영화는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겪는 다양한 층위의 부조리와 내면의 갈등을 밀도 있게 담을 예정이다.
이번 영화는 인천 지역을 연고로 활동하는 문화창작 공동체 ‘작업장 봄’이 제작한다. 지난 16일 인천 서부산업단지 기계제작 공장에서 크랭크인을 했으며, 내달 말까지 25차례에 걸쳐 인천 서부산단과 남동국가산단 등지에서 촬영할 계획이다. 영화의 주요 배경은 남동산단이 될 것이라고 제작사 측은 설명했다.
이란희 감독은 이번 영화를 위해 오랜 기간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 특성화고 학생들과 특성화고 출신 노동자들을 만났고, 관련 자료를 취재했다고 한다. 이란희 감독은 사회적으로 발언할 기회가 적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두고 시대와 밀착해 호흡해 온 연출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란희 감독은 “지난 몇 년간 직업계 고교(특성화고) 현장실습생과 청년 노동자들의 죽음이 뉴스를 통해 알려졌다”며 “모든 청소년들이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존재로 알려진 한국 사회에서 직업계 고교 학생들은 산업재해 사망 소식으로만 그 존재가 알려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실습생과 청년 노동자들의 죽음에 관한 기록을 찾아보면서 죽은 이의 친구였을, 혹은 후배였을 청소년들의 삶을 그려 보고 싶었다”며 “직업계 고교 학생들을 ‘죽은 존재’가 아니라 ‘살고 있는 존재’로서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영화 ‘3학년 2학기’의 내용은 이렇다. 엄마에게 잘 키운 아들로 인정받고 싶은 특성화고 3학년 남학생 창우는 진학과 취업, 나아가 군대 문제까지 해결하기 위해 현장실습을 시작한다. 선배 근로자들과 작업하며 일과 관계를 배운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낯선 일들을 통해 생각이 깊어진다. 모든 것이 처음이고, 낯설지만 창우는 드디어 취업과 진학에 성공한다. 학교를 떠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소년 창우는 그렇게 조금씩 성장해간다.
‘작업장 봄’은 기획 의도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들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 반면 입시가 아닌 취업을 준비하는 대다수 ‘직업계고 청소년’들은 ‘사고’가 있어야만 그 존재가 드러난다. 누군가의 친구였고, 후배였을 청소년들의 삶을 그려보고 싶다. ‘살아가고 있는 존재’로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직 앳된 얼굴로 이제 막 사회에 들어서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교복을 벗고 작업복을 입기까지 어떤 일을 겪고, 내면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 가는지 집중해 보고자 한다. 극영화를 통해 ‘직업계고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생기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창우는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지금 우리 학교는’ ‘무빙’ 등에서 다양한 얼굴의 청소년을 연기한 신예 배우 유이하가 맡았다. 창우의 단짝이자 같은 현쟁실습생 우재는 배우 양지운이, 또 한 명의 유능한 현장실습생 성민은 배우 김성국이 각각 캐스팅됐다. 영화는 내년 개봉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