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경제성장률 '1.4%' 日에 밀려
25년만의 사태… 간신히 넋만 유지
저출산·고령화·생산성 침체 등 원인
K디스카운트 '한국 정점'이면 최악
혁신적 변화, 미적대다 추락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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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일본이 흔들렸다. 환태평양 불의 고리에 위치한 지진이 아닌 '동공 지진' 탓이다. 연초 일본 언론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55년 만에 세계 4위로 추락했다며 주요 뉴스로 다뤘다. 한때 미국 경제력을 넘보며 'Japan as Number One'이란 책이 출간될 만큼 욱일승천하던 일본. 산이 높으니 골도 깊은 법! 지난해 일본의 명목 GDP는 4조2천106억달러로, 독일의 4조4천561억달러에 밀렸다.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전후(戰後) 고도 경제성장을 이어가던 일본은 1968년 당시 서독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그러다 거품경제 붕괴와 장기간 불황이 계속되다 2010년엔 중국에 밀려 3위, 2023년엔 독일에까지 역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취업자 수로 보면 더욱 치욕적이다. 일본 취업자 수는 6천747만명인데, 독일 취업자 수는 4천99만명이었다. 더해 IMF는, 일본의 명목 GDP는 오는 2026년엔 인도에도 밀려 세계 5위가 될 거란 우울한 전망까지 내놨다. 국제사회에서의 존재감도 순위와 함께 퇴색 중. GDP는 일정 기간 각국에서 생산된 재화·용역의 부가가치 합계액으로 일국 경제의 건강성을 엿보는 지표다.

순위 하락 이유다. 첫째는 엔화 약세다. 엔화 환율은 2011년 한때 1달러 75엔대를 찍는 등 초강세였으나, 2023년 평균은 1달러 140엔대까지 떨어졌다. 엔화에서 달러로 환산하면 GDP는 자연스레 감소한다. 그에 반해 독일은 달러 대비 유로화가 큰 변동이 없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물가가 올라 명목 GDP는 6.3%를 기록했다. 엔저엔 반전 스토리도 숨어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몰린 한국과는 달리 수출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일본 증시는 초호황이다.

둘째는 생산성 하락이다. 생산 활동을 위해 투입된 자원(노동력·자본)에 대한 생산물의 산출량 비율인 '노동생산성'도 부진했다. 일본 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22년 OECD 회원 38개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1970년 이래 가장 낮은 순위다. 특히 서비스업은 제조업 대비 디지털·무인화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단 지적이다. 결제엔 현금이 주로 사용되고, 아날로그 중독으로 도장과 팩스는 여전히 중요. 기업과 인재의 진입·퇴출 유동성이 부족한 점도 생산성 향상의 걸림돌이다.

셋째는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이 계속됐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근래 임금이 소폭 상승하고 있으나, 사회 전반적으론 게걸음이다. 후생노동성이 거품경제 붕괴 직후인 1991년과 2020년 임금을 비교한 결과, 일본은 1.1배로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독일은 2.1배나 늘었다. 그로인해 개인소비는 위축됐다.

현지에선 환율로 인한 숫자 마법일 뿐, 순위에 일희일비하지 말자고도 한다. 정작 문제는 '1인당 명목 GDP'의 추락이라 입을 모은다. IMF에 따르면 G7국가 중 미국 8위, 독일·캐나다 18위·19위, 영국·프랑스·이탈리아 22위·24위·28위였다. 일본은 37위로 사상 처음 한국(36위)에도 뒤졌다.

이제 한국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1.4%로 일본(1.9%)에도 밀렸다. 실로 25년만의 사태라 허투루 넘겨선 안된다. 우리 경제가 간신히 넋을 부여잡고 있는 모습이다. 상투적이긴 하나 저출산·고령화와 생산성 침체, 노동개혁·기술혁신 부족 등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다. 일본은 소재·부품 덕분에 추락해도 날개가 있다. 또 지난해 합계출산율 0.72명, 올해 예상은 0.6명대다. 한국이 망한다면, 부패·포퓰리즘에 저출산 탓이다.

위 일본의 저평가 요인 중 디플레이션만 빼면 곧장 한국의 난제다. 우리가 일본 구조개혁과 성장전략을 세심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7년째 3만달러대 초반이다. K디스카운트가 기업 가치가 아닌 '지금의 한국이 정점'임을 방증하는 거라면 그건 최악이다. 혁신적 변화(transformation), 미적대다 나락으로 추락할 건가?

/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