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희 감독 장편 '3학년 2학기' 크랭크인
특성화고 현장실습 중 겪는 부조리·갈등
'청소년 노동자 삶' 조명… 내년 개봉 목표


정리해고무효소송에서 진 노동조합원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 데뷔작 '휴가'로 국내외 주요 영화제를 휩쓴 이란희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3학년 2학기'가 최근 촬영에 돌입했다.

영화 '3학년 2학기'는 특성화고등학교 현장실습생들을 통해 들여다본 청소년 노동자들의 삶 이야기다.

취업을 목표로 하는 특성화고 학생들은 보통 3학년 2학기 현장실습을 통해 교복이 아닌 작업복을 입고 노동시장, 즉 '어른들의 세계'로 편입된다. 영화는 중소기업 현장실습생으로 나서는 특성화고 3학년 창우를 통해 그들이 겪는 다양한 층위의 부조리와 내면의 갈등을 밀도 있게 담을 예정이다.

이번 영화는 인천지역을 연고로 활동하는 문화창작 공동체 '작업장 봄'이 제작한다. 지난 16일 인천 서부산업단지 기계제작 공장에서 크랭크인을 했으며, 내달 말까지 25차례에 걸쳐 인천 서부산단과 남동국가산단 등지에서 촬영할 계획이다. 영화의 주요 배경은 남동산단이 될 것이라고 제작사 측은 설명했다.

이란희 감독은 이번 영화를 위해 오랜 기간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 특성화고 학생들과 특성화고 출신 노동자들을 만났고, 관련 자료를 취재했다고 한다.

이란희 감독은 "지난 몇 년간 직업계 고교(특성화고) 현장실습생과 청년 노동자들의 죽음이 뉴스를 통해 알려졌다"며 "모든 청소년들이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존재로 알려진 한국 사회에서 직업계 고교 학생들은 산업재해 사망 소식으로만 그 존재가 알려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실습생과 청년 노동자들의 죽음에 관한 기록을 찾아보면서 죽은 이의 친구였을, 혹은 후배였을 청소년들의 삶을 그려 보고 싶었다"며 "직업계 고교 학생들을 '죽은 존재'가 아니라 '살고 있는 존재'로서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창우는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지금 우리 학교는' '무빙' 등에서 다양한 얼굴의 청소년을 연기한 신예 배우 유이하가 맡았다. 창우의 단짝이자 같은 현장실습생 우재는 배우 양지운이, 또 한 명의 유능한 현장실습생 성민은 배우 김성국이 각각 캐스팅됐다. 영화는 내년 개봉이 목표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