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상승 지지부진하다" 성토에
"견조한 실적 달성… 개선 가능성"
반도체 부문 세계 1위 탈환 강조도
삼성전자가 연간 9조8천억원의 배당 지급을 약속하는 등 주주 환원책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주식 가격 상승 흐름이 지지부진하다는 주주들의 지적 속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번 주총에선 처음으로 '주주와의 대화' 시간이 별도로 마련되기도 했는데, 모두 600명가량의 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해 주가 상승이 더딘 점을 지적하는 한편 올해 실적 전망을 물었다.
"SK하이닉스는 주가가 계속 상승하는데 삼성전자는 지지부진하다"고 성토하는 주주마저 있었다. 지난 1년새 삼성전자 주가는 내내 6만~7만원대에 머물렀다. 이날은 전날보다 5.63% 오른 7만6천900원에 장을 마쳤다. 온라인상에서 삼성전자 주가 흐름에 대한 주주들의 반응을 살피니 "내일은 8만전자 간다" "지금이 매도할 때" 등 의견이 엇갈렸다.
주총 의장인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은 "주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경영진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올해는 반도체 시황과 IT 수요 회복이 기대되는 만큼 AI(인공지능) 반도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AI 탑재 스마트폰 확대 등으로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주 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 주가엔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쳐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주가 상승 여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M&A 계획 등에 대한 질문엔 "많은 사항이 진척돼있고 조만간 주주들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있으며 더 큰 가치를 낼 수 있는 M&A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반도체 경기 부진으로 적자가 컸던 데다 반도체 공급사 매출 1위 자리마저 인텔에 내줬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향후 2~3년 안에 반도체 세계 1위를 탈환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DS부문장인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는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50년이 되는 해로, 재도약과 미래 반세기를 개막하는 성장의 한 해가 될 것"이라면서, 기흥 R&D 단지에 2030년까지 20조원을 투입하는 등 연구 개발에 과감히 투자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어느 정도로 개선을 전망하는지에 대한 주주들의 질문에 경 사장은 "올 1월부터는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기조로 돌아섰다고 생각한다"면서 2022년 수준으로 매출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연간 9조8천억원의 배당을 지급하겠다는 점을 언급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해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주주 환원 정책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9조8천억원의 배당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주주 중시 경영 강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선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과 조혜경 한성대 AI응용학과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 건과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안 등이 상정됐고 모두 원안 가결됐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