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수출 2만4976t 전년比 90% ↑
"웃돈 줘도 확보 못해" 생산 차질
中유통업체 작은 고물상까지 '기웃'

폐전선이나 인쇄회로기판에서 추출해 재활용 물질로 쓰는 구리 스크랩 물량이 감소하면서 인천 제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가격이 오른 구리의 대체재로 각광받는 구리 스크랩을 중국이 대거 사들이면서 인천을 비롯한 국내 업체가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금속가공업체 A사는 지난달부터 생산량을 감축했다. 이 업체는 전자제품 부품 외관에 쓰이는 합금을 제작하는데, 합금의 주원료인 구리 스크랩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중국으로 수출되는 구리 스크랩 물량이 늘면서 웃돈을 주고도 생산에 필요한 스크랩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구리 스크랩 가격이 많이 올라 생산단가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해 들어서는 웃돈을 줘도 생산에 필요한 물량을 100% 확보하기 힘들다"고 했다.

구리 스크랩은 폐전선이나 폐파이프, 사용 연한이 끝난 회로기판 등에서 추출한 폐금속 물질이다. 희소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일반 구리보다 가격이 저렴한 구리 스크랩 수요가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면서, 제조업체들이 국내에서 구하기 쉬운 구리 스크랩으로 구리 합금을 제작하는 경우도 증가했다.

그러나 중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최근 1년 사이 급증하면서 인천을 비롯한 국내 제조업체들이 구리 스크랩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으로 수출된 구리 스크랩은 2만4천976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3천141t)보다 90% 증가했다.

중국이 구리 스크랩 사재기에 나선 것은 일반 구리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한 영향이다.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구리 1t당 가격은 지난 18일 기준 8천973달러(약 1천200만원)로, 지난해 10월(약 1천50만원)보다 150만원 가량 올랐다. 구리 가격이 오르자 중국의 제련소나 금속 제조업체들이 생산 비용을 맞추기 위해 구리 스크랩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이 때문에 폐금속물질을 수거·유통하는 업체들의 구리 스크랩 취급 물량도 줄고 있다. 중국 스크랩 유통업체들이 동네의 작은 고물상까지 찾아다니면서 구리 스크랩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한 폐자원 수거업체 관계자는 "업체명만 국내 회사인 중국 유통업체들이 웃돈을 주고 구리나 고철 스크랩을 사들이는 경우가 늘었다"며 "현금으로 사들이다 보니 거래 내역이 남지 않아 국세청에서도 적발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