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환경 열악… 젊은층 기피"
32명 채용 공고에 선발 13명뿐
우정청 "제도개선 통해 충원"

화성지역 우체국에서 집배 공무원으로 일하는 박모(45)씨는 지난달 2명의 동료가 조기 퇴직하는 모습을 말리지 못했다. 16년가량 집배원 생활을 하며 오랜 시간 함께 일한 이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악화하는 노동조건에 온몸에 골병이 드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봐서다.
박씨는 "화성은 서울보다 넓은 면적인 데다 도시와 농촌이 섞여 있는 곳이어서 집배원들한테 업무 기피지역으로 꼽히는 지역"이라면서도 "채용되는 사람은 없고 나가는 사람만 있어 다른 지역의 일을 떠맡는 것은 기본이고, 나아질 기미도 없다"고 토로했다. 13명이 정원인 박씨의 팀은 현재 11명이다. 그마저도 1명은 내근직이 '땜빵'으로 투입된 것으로, 사람이 배치되지 않은 지역은 남은 사람들이 메우는 형편이라고 한다.
경인지역 집배원들이 고강도·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집배원들은 일터를 빠져나가는 사람은 많으나 채워지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남은 이들이 방치되고 있다며 우정당국을 향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일 경인지방우정청(이하 우정청)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인지역 내 우체국(총괄국) 43곳 중 정원을 채우지 못한 곳(이하 지난해 기준)은 30곳(69.7%)에 달했다.
특히 대표 기피지로 꼽히는 화성 총괄국의 경우 정원 108명 가운데, 95명만 채워졌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 심지어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최근 3년간 신입 채용 숫자를 늘린 우정청이 지난해에 무려 32명을 뽑는다고 공고를 냈지만 채용된 인원은 13명에 불과했다.
이정원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노조) 경인지역본부장은 "퇴직률은 높은데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이 해소되지 않으니 젊은 사람은 들어오지 않는 현상이 반복된다"면서 "우정청은 등기우편 등 늘어나는 대면 업무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숫자와 돈의 논리로만 생각하고 핍박한다. 상생방안을 찾아달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이날 우정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겸배 악습 철폐, 결위인력 즉각 충원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우정청 관계자는 "집배원 결원 발생 시마다 채용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채용에 드는 소요기간을 줄이기 위해 집배원 모집 광역화, 응시지역 제한 해제 등을 올해부터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지역 특성에 따른 기피 현상에 따라 응시인원이 저조한 현상이 있는데, 제도개선을 통해 인력충원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