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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前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2023년 교육기본통계 조사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유·초·중등 전체 학생 수는 578만3천612명으로 나타났다. 유·초·중·고에서 하루 세 끼 식사 중에 한 끼인 중식을 제공한다고 보면 이는 엄청난 양의 식사임에 틀림없다. 만약 이 중에 한 달에 한 번, 1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육류 소비를 하지 않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한다면 그 효과는 어떨까? 현재처럼 심각한 지구 기후위기의 시대에 이는 학교를 포함한 모든 교육기관이 고려하고 시행할 필요성과 책임을 느낀다.

요즘 채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건강이나 살을 빼기 위해서겠지만 기후변화시대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참여 등으로 점차 그 이유가 다양해지고 있다. 여기에는 사람들의 우상격인 유명 인사들, 예컨대 베네딕트 컴버배치나 마크 러팔러, 비욘세, 임수정과 같은 국내외 연예인, 그리고 자신의 소신으로 식탁에서 육류를 배제한 일부 유명 철학자들이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

광의의 의미에서 채식주의자는 동물성 음식의 일부, 또는 전부를 먹지 않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 가운데서도 '비건'은 동물성 제품과 그 부산물을 완전히 먹지 않는 사람들이다. 한국채식연합회의 추정에 따르면 2022년 비건 인구는 무려 200만명이 넘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확인한 비건 표시 식품도 2022년 거의 500개에 달할 만큼 꾸준히 늘고 있다. 또한 유명 식품 기업들도 비건 상품 생산을 늘리고 있다.

각종 기후변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육류를 만들 때 나오는 온실가스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1%나 된다고 한다. 또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2006년 발표에 의하면 세계 온실 가스 배출량의 18%가 축산업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는 교통수단의 배출량 14%보다 더 많은 수치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자동차가 하루 평균 3㎏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반면, 햄버거 한 개를 만들려면 75㎏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추세에 따라 세계는 이산화탄소 줄이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랑스는 2021년 통과된 기후회복법에서 모든 학교가 최소 주 1회 채식 음식을 제공할 것을 의무화했고, 유엔환경계획(UNEP)도 '기후위기와 싸우는 것을 도울 수 있는 10가지 방법'을 소개하면서 육식을 줄이고 식물성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공표했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채식하는 사람들이 육식하는 사람들보다 중증 질환에 걸릴 확률이 39%나 적다는 통계도 있었다.

이제 우리는 유·초·중등학교에서부터 채식 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더욱 비중을 높여야 한다. 교사들은 탄소중립, 생태전환 교육에 애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학교 급식에 월 1회 또는 주 1회 채식 급식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물론 어려움은 있다. 육식에 길들여진 학생들이 "고기를 주지 않으면 밥을 먹지 않겠다"고 영양사를 협박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채소를 조리하려면 다듬고 씻는 수고가 더 많이 들어가고 청소년들의 비건에 대한 의식이 높아져 간다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메뉴도 매우 한정적이다. 더 큰 문제는 비용이 더 많이 들어 학교에서는 예산의 범위 내에서 추진하기에 애로사항이 크다.

그러나 교육기관은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가지고 하나뿐인 지구사랑과 미래 세대들을 위한 교육에 남달리 책임과 의무가 크다. 요즘 청소년들의 고기 사랑은 끔찍하다. 하지만 육류 소비에서 오는 건강에의 적신호도 그에 못지않다. 갈수록 비대해지고 각종 성인병과 싸우는 청소년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아이들이 단 음식을 좋아하여 사탕과 청량음료를 즐겨 먹는데 이를 방치하는 것은 부모, 기성세대의 일종의 양육 포기이자 직무유기다. 학교에 급식을 제공하는 업체도 이제는 대체육으로 만든 음식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거나 승부해야 한다. 학교 및 교육기관의 영양 담당자는 이제 더욱 적극적인 마인드와 홍보로 육류 소비를 줄이는 획기적인 실천을 통해 일석다조의 효과를 거두어야 할 때이다.

/전재학 前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