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과는 괜찮겠지만 본과 문제"
해부학 등 수업 정원과다 걱정
기초의학 교수 현재도 구인난
전공의들 "야간까지 강의할판"

 

의대 증원 관련 (3)
경기도내 한 의과대학 앞. /경인일보DB

"마땅한 대안은 없고, 오전·오후·야간반으로 나눠서 운영할 셈인가요."

정부가 경기·인천지역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대폭 늘리는 내용의 내년도 의대 정원 배분 결과를 공식 발표하자, 지역 의대를 거친 의사들 사이에서 부족한 인프라 문제로 교육·수련 현장의 혼란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경인지역 의대의 내년도 입학정원은 모두 늘어 총 361명이 증원된다. 정원 40명인 아주대와 성균관대는 80명 늘어 120명이 배정됐고, 차의과대는 40명에서 40명 늘어 80명으로 정원이 확정됐다. 인천지역의 가천대와 인하대도 각각 90명, 71명씩 늘어 130명과 120명으로 정원이 대폭 확대됐다.

의대 증원에 집단 반발해온 의사들은 정부가 27년만의 의대 증원에 '쐐기'를 박자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반응과 함께 현장에 극심한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지역 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2년차로 일하는 A씨는 자신의 교육과 실습 과정 전반을 떠올리며 "모든 게 불가능한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교양 수업 중심의 예과(의대 1·2년차) 수업에는 큰 지장이 없을 수 있지만, 카데바(해부용 시신)를 다루는 해부학 수업 등 실습 중심의 본과에 이르면 지금도 포화된 의료 인프라로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카데바 실습 때 조원이 6명이었는데, 교수와 함께 수업에 참여하면 실습실이 '꽉 차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면서 "증원 숫자대로 한 팀 인원이 3배 늘어난다고 치면 운영이 가능할지 상상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인천지역 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4년차 레지던트 과정을 밟는 B씨는 물리적인 공간 문제 등에서 나아가 증원된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가 제대로 확보될 수 없다는 점을 걱정했다.

B씨는 "임상은 둘째치고, 생리·병리학 등 기초의학 교수들은 지금도 구하기 어려워 의대 출신이 아닌 이과대학 출신 교수들이 수업을 하는 형편"이라면서 "본과 3학년에 교수들을 따라다니면서 현장실습을 할 때도 함께 들어갈 수술방이 없어 눈치를 보는데, 병원을 다시 짓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전공의들끼리 '오전·오후·야간으로 수업을 나눠 할지도 모른다'는 농담과 걱정 섞인 얘기를 하는데, 지금으로는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20일 "강한 의지를 갖고 관계부처와 협력해 의대정원 증원에 따른 필요한 의대 교육여건 개선을 최우선적으로 지원하고자 한다"고 설명했지만, 의대·의전원 학생 대표 단체는 휴학계 제출과 이를 반려할 경우 행정소송까지 불사할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