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 강한 사회로 가기 위해선
피할수 없는 영세 업체 구조조정
스웨덴, 해고후 더나은 직장으로
한국, 이중노동시장 문제 풀어야
'가붕개'의 가슴 뛰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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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우 작가
조국혁신당의 대표 조국을 몰락시킨 건 내로남불이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내로남불을 공격하며 이번 총선의 게임체인저로 등장했다.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지지율은 최고 30%에 이른다.

사법적으로 조국 대표는 일가족과 함께 처참하게 단죄당했다. 머잖아 그는 대법원 판결을 받고 2년간 실형을 살 가능성이 높다. 조국혁신당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당연히 이를 강하게 질책한다. 하지만 조국 대표가 받은 법적 심판은 오히려 그 같은 심판 자체를 피해가는 검찰 특권층에게 '느그들이야말로 역대급 내로남불'임을 상기시키는 최고의 무기로 기능한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기상천외한 전개에 헛웃음이 나지만 조국의 돌풍이 선거에 재미를 더한 것은 분명하다. 희대의 복수극이기에 말초적 흥미를 자극할뿐더러 '나에게 했던 만큼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도 수사하라'는 조국의 항변은 심지어 공정하기까지 하다. 복수의 조사에서 검찰의 전횡에 대한 심판에 동의하는 여론은 과반을 훌쩍 넘는다. 문재인 정부 이래 민주당 진영의 아픈 가시였던 내로남불과 불공정이 조국의 정치적 부활을 통해 윤석열 정부를 겨누는 날카로운 칼로 변모했다.

최고 권력을 향해 조국이 펼치는 공정한 복수극을 보며 황당함과 재미를 오가는 사이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 왔다. 평범한 이들의 삶을 개선하는 정치에 신명이 났다는 어느 나라의 역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1932년 스웨덴 총선에서 사민당은 44년 연속 집권의 시작을 알리는 대승을 거두는 바, 이는 서민경제에 사활을 건 선거전략이 주효한 것이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정교한 경제이론의 논리와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정책 계획을 제시했으며, 그 내용은 특정 집단이나 이념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당시 대다수 사람들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바람에 정확히 부응하는 것이었다. 사민당 당원들의 운동은 신바람이 났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를 확실하게 밝힐 수 있었으며 곳곳에서 돌풍이 일어났다." - 홍기빈 '비그포르스, 복지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아주 오래전부터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이 여러 근심을 덜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계획이 실종되었다. 검사 윤석열이 조국 일가를 날리든, 정치인 조국이 복수에 성공하든 '개천의 붕어, 개구리, 가재'들은 출산, 돌봄, 교육, 취업, 연애, 주거, 결혼, 의료, 노후로 이어지는 삶의 고비에서 이렇다 할 변화가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각 정당의 지지자들마저 상대 정파의 헛발질에 환호할지언정 삶을 바꾸는 정치에 확신을 갖고 신바람이 나지는 않는다. '누가 더 희망적이고 현실성 있는 정책을 말하는가' 대신 '누가 더 나쁜 놈이냐'가 대중적 관심사인 것은 'N포 정치'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물론 검찰특권 정부의 각종 혐의와 내로남불에 대한 심판은 응당 필요하다. 그 심판의 추동자가 조국이기에 엄청난 흥미를 끄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조국의 말마따나 '가붕개도 살만한 세상'이다. 그런 정치에서 신명이 나고 돌풍이 일어나야 한다.

민생을 앞세워 44년 집권에 성공한 스웨덴 사민당의 핵심 과업은 '튼튼한 노동'이었다. 현재 스웨덴을 비롯 삶의 질에서 가장 앞서 있는 선진국들 역시 노동분야의 지표가 우수하다. 간추리면 성별 고용률이 모두 높고 저임금 노동자 및 자영업의 비율이 낮으며, 노동시간이 짧고 격차가 작은 것을 말한다. 한국의 경우 남성 고용률과 남성 저임금 비율만 준수하거나 보통이고 그외 모든 지표가 OECD (최)하위권으로 좋지 않다.

노동이 강한 사회로 가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관문이 영세 업체의 구조조정이다. 과거 스웨덴의 경우 한계 기업의 구조조정, 바꿔 말하면 '해고를 유발'하고 이들이 단기 실직 뒤 더 나은 일자리로 재취업할 수 있는 노동·산업 정책을 성공시킴으로써 일자리 전반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 한국의 경우 성별 격차 및 이와 맞물린 이중노동시장의 문제도 풀어야 한다. 하나같이 난망한 일들이다. 우리 사회에도 해묵은 난제를 해결함으로써 '가붕개'의 가슴을 뛰게 하는 정치가 출현할 수 있을까?

/장제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