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연구실 소등 등 교내 실천
정부 그린 캠퍼스 사업은 올해 중단
"청년들은 기후위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어요. 당장 내 삶에 영향을 주니까요."
총선을 앞두고 인천대와 인하대에 대자보를 붙인 환경단체 '대학생기후행동'에서 활동하는 김아현(동덕여대 경제학·27)씨는 "이번 겨울,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가 사는 원룸은 단열이 잘 안된다고 한다. 추위를 겨우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난방을 돌렸는데도 월 2만~3만원이던 난방비가 겨울에는 9만원이나 나왔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도 경험했다는 그는 "지난해 여름에 폭우로 반지하에 살던 친구의 집이 물에 잠겨 함께 치웠다"며 "매년 폭우, 감염병, 산불 등 기후 재난이 늘어나는 등 기후 위기가 닥치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고 했다.
대학생기후행동은 인천대, 인하대를 포함한 전국 20여 개 대학에 '대학생들은 기후위기 막을 국회의원 원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대학생을 포함한 청년 등 경제적 약자는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에 취약하기 때문에 정치권에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대학생기후행동은 대학부터 탄소중립을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밤낮으로 강의실·연구실 불을 켜놓고, 각종 연구 설비를 가동하는 대학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기관으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총조사를 보면 2020년 전국 대학 건물이 사용한 에너지는 90만6천497TOE(석유 1톤을 연소시킬 때 발열량)이다.
이는 대학 등 전체 대형 건물이 사용한 에너지의 24%를 차지하는 수치다.
서울시가 매년 발표하는 자료에서도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 상위 50개 기관 중 대학은 7곳(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이화여대, 건국대, 중앙대 순. 2022년 기준)이나 된다. 인천지역 대학만 하더라도 2022년 약 1만1천여 가구가 한 해 동안 소비하는 전력(1만212TOE, 대학 11곳)을 사용했다는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 분석 자료도 있다.
정부는 대학의 탄소중립을 지원하는 '그린 캠퍼스 조성사업'을 해오다 올해 중단했다. 환경부가 2011년부터 대학의 에너지 효율 강화, 신재생에너지 확충 등을 위해 지원한 예산을 올해는 편성하지 않았다.
대학생기후행동 인천대표 전서영(인천대 환경공학·23)씨는 "대학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데다 사회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는 곳"이라며 "대학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교육과 연구를 진행하고 각종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선 학내 구성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대학생기후행동은 지난 23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를 열고 총선 후보자들에게 ▲재생에너지 확충 ▲필수에너지 복지 확대 ▲기후재난 피해자 보호 등을 요구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