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기원은 베이징 요리… 내 정체성 한국에 가깝다"


익숙한 음식 유래·얽힌 이야기 전개
'화교 3세'… 10년 넘게 연구한 성과
"한반도 화교역사 계속 파헤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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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풍 인천화교협회 부회장이 지난 21일 인천차이나타운 회의청 안에서 최근 출간한 '한국 중화요리의 탄생'을 들고 서 있다. 2024.3.21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화교(華僑)에 대해 많이 알리고 싶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화교와 관련해 가장 좋아하는 건 짜장면밖에 없거든요."

주희풍(49) 인천화교협회 부회장은 최근 펴낸 책 '한국 중화요리의 탄생'(이데아)을 쓰게 된 취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인천문화재단 지원으로 낸 이번 책은 10년 넘게 이어온 주 부회장의 한국 중화요리 연구에 대한 결실이다.

인천문화재단 지원으로 펴낸 이 책은 근대 인천차이나타운의 고급 중화요리점 이야기, 호떡, 송편, 만두, 우동, 훈탕, 완탕, 탕수육, 짬뽕, 양장피, 전가복, 라조기, 난자완스, 덴뿌라, 유산슬, 해삼주스 등 우리에게 익숙한 중화요리의 유래 혹은 음식에 얽힌 화교 이야기를 전개한다. 주인공은 역시 짜장면이다.

주 부회장은 "짜장면은 베이징이 서구화 돼 가는 1912년 무렵 나온 베이징 요리"라며 "중국의 여러 자료와 문학 등에서 짜장면은 분명 베이징 요리란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항기 인천항 등지에서 일하던 중국인 노동자들이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고기와 채소를 넣고 볶은 춘장에 면을 비벼서 먹은 음식이란 '한국 기원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주 부회장 얘기다. 그는 "당시 국수는 지금처럼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 잔치 때나 먹는 고급 음식이었다"고 했다.

화교 3세로 인천에서 나고 자란 주 부회장은 1992년 한·중 수교 때 중국을 처음 가봤다고 한다. 인천차이나타운 중화요리점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산둥요리, 그 중에서도 짜장면의 뿌리를 찾으러 웨이하이에 갔는데, 짜장면을 찾지 못했다. 주 부회장은 "당시 결국 베이징에서 짜장면 요리를 먹을 수 있었다"며 "중화요리점을 하는 한국 화교조차 수교 이전에 중국을 가지 못했으므로, 짜장면의 기원을 검증할 길이 없었다"고 했다.

각종 채소가 듬뿍 들어가는 한국의 탕수육도 고기만 들어가는 중국과는 다르다. 과거 인천 미추홀구 등지에서 채소 농사를 많이 지었던 화농(화교 농부)의 영향이라고 주 부회장은 분석했다. 화교가 양파, 당근, 피망 같은 채소를 한국에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주 부회장은 이 책을 통해 한국에서 나고 자라며 삶을 이어온 화교 또한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중국학과 중어중문학을 전공해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주 부회장은 "제 정체성이 중국인지, 한국인지 궁금해 택한 전공이었는데, 돌아보니 한국에 더 가까웠다"며 "한반도 화교 역사를 정확히 기록하는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