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 등록이 끝나고 공식 선거기간이 시작됐다. 지난 몇 달 동안 여야의 선거전은 상대에 대한 비방과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 막말과 망언 등에 대한 시시비비 등이 난무했다. 정작 있어야 할 공약과 미래 한국의 지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는 건설적인 토론은 실종됐다.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의 본령은 뒤로 한 채 의석 확보를 위한 낯 뜨거운 권력의 민낯과 사적 욕망의 추구만 돋보였을 뿐이다. 한국 사회의 미래에 관한 의제와 공적이슈가 거의 완벽하리만큼 사라진 선거공학에 노출된 역대급 최악의 선거 과정이었다.
아직 선거까지는 보름 이상 남았다. 선거에서 보름이란 기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국면이 바뀌고 지지율과 선거 구도가 바뀐다. 선거 지형이 몇 번은 요동칠 수 있는 시간이다. 정권심판론과 정부지원론 중 어느 구도가 유권자의 마음을 사느냐에 따라 선거 승패가 갈릴 것이다.
정권심판론 뿐만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잡음과 파열음이 났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심판론, 압도적 다수에 대한 견제도 선거 구도에 영향을 줄 것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핵심 정치과정이다. 지금의 선거제도가 필연적으로 가져올 수밖에 없는 승자독식과 여야의 적대적 관계의 강화를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는 선거가 되어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와는 반대의 상황을 보여줬다.
여야는 지금부터라도 민생과 경제를 위한 정책경쟁에 당력을 집중하고 후보들도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 선거를 지양하며 자신의 장점을 알리는 선거에 집중해야 한다. 보름 후면 선거도 끝난다. 21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었지만 지금대로라면 22대 국회는 21대 국회 못지않은 혐오와 증오의 적대적 관계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다.
투전판처럼 변질된 선거는 필연적으로 여야 관계를 대결과 대립의 구도로 만들 수밖에 없다. 여야가 서로 상대를 비난하기만 바쁜 지금의 선거가 조금이라도 나아져야 하는 이유이다. 특히 여야 거대 정당 못지않게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저주에 가깝게 쏟아붓는 조국혁신당도 혐오 정치에 가세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제3지대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유권자들의 성향도 양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정치가 이런 상태로 지속된다면 정치의 존재 이유도 없다. 모든 후보와 정당은 최소한의 사명의식으로 남은 선거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