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한동훈 위원장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 간담회에 참석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3.24 /연합뉴스
 

전국의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증원 조치에 항의하며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한 날이 25일, 바로 오늘이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온라인으로 3차 총회를 열고 오늘부터 사직서를 제출한다는 기존의 계획을 재확인했다. 비대위는 사직서 제출 이후의 진료에 대해선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총회에서 제시한 안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비대위와는 또 다른 의대교수들의 단체인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오늘부터 외래진료, 수술, 입원진료 근무 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으로 줄이고, 다음 달 1일부터 외래 진료를 최소화해 중증 및 응급 환자 치료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대위의 이런 방침은 두 단체가 행동을 같이한다는 의미다.

의대교수들까지 이렇게 본격적으로 대정부 투쟁에 나서는 모양이 되면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진 건 사실이다. 의대교수 비대위원장인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가 지난 21일 한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전공의 조치를 풀어주고 대화의 장을 만들면 의대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가 의대교수들 사이에서 지나치게 유화적인 발언이라며 비판이 일자 비대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재신임을 받은 일이 있었던 것처럼 여전히 강대강 대결 양상이다. 심지어 정부 조치를 공권력을 이용한 무자비한 탄압이라고 규정한 의사협회 비대위가 "현 정부를 정상적인 대한민국 정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정상적인 정부가 만들어질 때까지 끝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말하는 등 그야말로 선을 넘은 강경발언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어제 오후 극적으로 대화의 가능성이 다시 엿보이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앞두고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오후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간부들을 만난 뒤 대통령실에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해온데 대한 반응이다. 의료계가 인정하든 하지 않든 이제 의대증원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됐다. 비록 최선의 단계는 지나갔지만 차선의 결론이 남아 있다. 환자와 국민을 볼모로 한 싸움에서 물러난다고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의료계와 정부의 끊긴 대화가 다시 이어져야 하는 필연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