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등을 폐지하는 정책을 전면 백지화한 데 이어, 경기지역 곳곳에서 과학고 등 설립 추진 움직임이 일자 교육·시민사회 단체가 공교육 붕괴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26일 ‘특권교육 저지 경기공동대책위’(공대위)는 경기도교육청 수원 남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교육비는 늘어나고, 학생들에게 돌아갈 교육경비는 감소하는 상황에서 도교육청은 소수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과학고 설립에 매진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공대위는 전교조 경기지부·경기교사노조·민주노총 경기도본부·경기민언련 등 경기지역 교육·시민사회 단체 등이 구성한 연합체다.

공대위 우려처럼 경기지역에서 과학고 설립 움직임은 현재진행형이다. 도내 일선 지자체에 따르면 최근 부천시의회는 ‘과학고 설립 지지 결의안’을 의원 만장일치로 채택했으며, 부천시도 이에 호응해 부천고를 과학고로 전환하는 방향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시흥, 고양시도 지자체 차원의 과학고 설립 건의서를 도교육청에 제출하는 등 도내 복수의 시군이 과학고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대위는 “과학고 등 특목고는 과학 분야 전문가들을 키우는 애초 목적과 달리 입시경쟁과 차별교육의 대명사가 됐으며, 학교 서열화와 교육위기를 심화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의대 증원 정책으로 인한 의대 열풍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의 ‘과학고 설립 확대’ 움직임에 무비판적으로 찬성하는 도교육청 태도에 분노하며, 보편교육에 힘쓰고 불평등을 완화해야 할 교육당국의 책임을 방기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가 지난 정부 정책을 뒤집어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존치하기로 한 것이 공교육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염려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교육부는 앞서 지난 1월 자사고 등을 존치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김진희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은 “정치권 여당·야당할 것 없이 총선 시기를 맞아 과학고 등 특목고 유치를 내거는 모습이 개탄스럽다”며 “교육당국은 (과학고 추진처럼) 대학진학에 매몰된 정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아이들이 행복하고 평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 보장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고, 민진영 경기민언련 대표는 “자신의 꿈과 적성도 모르고 공부만이 강요된 지금의 정책은 사회 혼란만 키우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교육청은 일선 지자체의 과학고 설립 움직임과 관련해 “지자체나 학교에서 구체적인 신청이 들어온 건 없지만, 설립 요구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 “교육적인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학고 지정 여부 등을 어떤 기준으로 할지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어고, 국제고 존치 관련) 논의가 구체화된 건 없으며, 교육부 안이 내려오면 협의를 통해 진행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