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악성민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 (17)
(오른쪽부터)이해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과 석현정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 국내 양대 노조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공무원 악성민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3.18/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폭언·폭행·성희롱·보복·반복 형태로 발생

장시간 통화, 정보공개폭탄 등 업무 마비

악성민원에 업무 지장있다는 응답 ‘54%’

“행정서비스질 하락하고 사회문제 될 것”

김포 공무원 사망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가운데, 비정상적인 악성민원의 폐해가 선량한 민원인들에게 전가된다는 사실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업무 마비와 인원 공백 등에 따른 불편을 애꿎은 시민들이 떠안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3월 5일 온라인 보도=[단독] 인터넷카페 좌표 찍힌 김포시 공무원 숨진채 발견)

26일 국내 양대 공무원노조에 따르면 악성민원은 폭언, 폭행, 성희롱, 보복민원, 반복민원, 괴롭히기민원 등의 양상으로 발생 중이다. 행정처리 대한 단순 불만을 넘어 개인감정 해소를 위해서도 민원을 쏟아내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노조는 파악하고 있다.

악성민원 수단으로는 직접적인 협박 및 인격모독을 비롯해 장시간·반복 통화, 국민신문고 반복접수, 정보공개 폭탄, 무차별적 감사청구 등이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공무원들은 이 같은 민원의 폐해가 일반 민원인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업무마비와 담당자 이탈, 소극행정 고착화에 따른 행정불편을 나머지 민원인이 고스란히 겪게 된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조사자료를 보면, 지난 2020년~2022년 중앙·지방정부에서 발생한 악성민원은 보고된 것만 7만9천904건에 달한다. 순수 근무일 수로 따졌을 때 전국적으로 하루 1천건 넘는 악성민원이 꾸준히 발생했는데, 이 조사에서 악성민원으로 업무에 지장을 받는다는 응답은 54%에 달했다.

김포시 한 팀장은 “누군가 담당자 한 명을 집요하게 붙잡고 늘어지면 다른 민원인은 그 업무를 볼 수가 없다. 현장에서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다”며 “직원들이 악성민원 피해 충격으로 휴직이라도 하면 엉뚱한 인원이 투입되거나 기존 인원이 업무를 나눠 가져야 하는데 이 또한 선량한 민원인의 행정처리가 지연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기피현상에 따른 전체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 23일 치러진 ‘국가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가장 낮았고, 응시율(75.8%)도 최근 3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행정연구원의 ‘2023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서는 20대 공무원의 59.2%, 30대 공무원의 54.3%가 이직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해준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은 “지난해 입직 5년 미만 공무원 중 3천명가량이 그만뒀는데 저임금과 경직된 문화, 악성민원이 원인이었다”면서 “악성민원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심화하는 동안 공무원들이 계속 호소를 해왔음에도 너무 오랜 기간 방치했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행정서비스 수준이 크게 떨어지고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