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당 한달도 안돼 등판 정치 빙자 '권력놀음'
사법리스크 '정치적 방탄' 방치… 與 책임 커
적대적 공생구도 강화… 정치 너무 꼬였다
선거기간 내내 의정갈등이 지속됐지만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등 어느 정당도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지난 주말에야 관심을 보였지만 지지율 정체를 면하기 위한 생색내기용이었다. 여야 정당과 후보들에게 선거는 국가적 현안보다 사적 욕망을 충족하는 정치 행사일 뿐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첫째, 선거는 민주주의의 핵심 정치과정이다. 한편으로는 권력투쟁을 동력으로 선거는 진행된다. 그래서 공천에 일정 부분의 소란과 부조리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명징하게 특정 정파의 이익과 개인의 권력탐닉이 지배적 동기로 작동한다면 이는 민주주의 파괴로 이어지는 게 자명하다. 공천은 선거의 반이상을 차지한다. 그래서 상향식 경선이니 국민참여경선이니 하는 제도가 나왔었다. 그러나 이는 모두 형해화됐다. 전략공천, 우선추천, 단수추천, 지역구 돌려막기, 자파 정치인 내려꽂기 등 갖은 형태의 공천이 등장하면서 공천은 권력을 가진 주류세력의 전리품에 다름 아닌 과정으로 전락했다. 정치의 속성이 권력투쟁이라 하더라도 이에는 유권자 일반이 납득할 수 있는 경계 안이어야 한다. 조선시대 서인과 남인의 대결 구도가 갖은 편법과 모략으로 얼룩지고 결국은 상대방을 살육하는 참사로 이어진 붕당정치의 폐해를 재연할 게 아니라면 오늘의 공천제도는 대대적 수술을 통해서 개혁해야만 한다. 시스템 공천으로 치장한 공천제도가 비주류를 배제·제거하기 위한 수단이 되지 않으려면 공천제도의 혁파가 절실하다.
둘째, 후보 등록일 직전에 가서야 후보가 결정되는 지금의 선거는 크게 잘못되어 있다. 공직선거법에 선거 1년 전에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도 올해 선거구도 선거 40일 전에야 확정되었다. 게다가 인재영입이라는 낯설고 어색한 단어의 이벤트는 선거를 통한 사적욕망을 완성하는 절차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치와 무관한 인사가 각자의 직역에서 높인 이름값을 토대로 하루아침에 '인재'로 영입되어 공천을 받아서 배지를 달고 당직자가 되어 상대당을 극한의 용어를 사용하며 비난하고 단죄하는 장면은 정치를 희화화한다. 정치에서 훈련된 인사가 오랫동안 정치를 몸에 익혀도 '갈등의 조정'이라는 본령을 가진 정치를 수행하기 어렵다. 하물며 갑자기 공천받아 비례로 나와서 배지를 다는 인사가 무슨 정치를 할 수 있을까. 권력의 프로들에게 휘둘리며 진영에 편승하여 자신의 소신을 굽히고 헌법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하기 일쑤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지금의 정치구조다. 후보는 최소한 선거 4개월 전에는 정해져야 한다. 미리 등록한 후보들에게만 공천권을 부여하는 게 맞다. 정당에 입당한 지 한 달도 못돼서 선거에 등판하는 후진적이고 반정치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공직선거법에 이러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지금의 선거는 '정치'가 아니라 정치를 빙자한 권력놀음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사법리스크를 잔뜩 안고 있는 인물들이 '정치적 명예회복'의 명분으로 지지자를 결집하고 한이 맺힌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정치가 일상이 되었다. 진영논리에 편승한 극단의 정치로 자신의 권력 욕구를 해소하고 정치적 방탄으로 삼으려는 정치가 재연되고 있다. 이렇게 방치한 여권의 책임은 더욱 크다. 보편적 상식에 반응하지 않고 민심의 이반을 여권 주류가 자초했기 때문이다.
1월 말·2월 초 민주당의 압승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2월의 민주당 공천파동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의 낙승이 예상됐다. 이후 이종섭 대사와 황상무 대통령실 수석의 사안에 여권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민주당의 승리는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상대의 실수와 실점에 기반하여 득점하는 반사이익의 정치가 일상화되고, 적대적 공생의 구도는 강화되고 있다. 정치가 꼬여도 너무 꼬였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