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TI가 뭐예요?" 나를 알리고 상대방의 성향을 쉽게 알 수 있는 MBTI는 대화 소재로 종종 등장한다. MBTI는 외향-내향(E-I), 감각-직관(S-N), 사고-감정(T-F), 판단-인식(J-P) 선호 지표가 조합된 16가지 성격유형으로 분류한다. MBTI는 나를 명료하게 표현하는 일종의 명함이 됐다. 연인이나 친구 사이 MBTI 궁합을 맞춰 보거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공유하는 소소한 놀이문화로 진화했다. 이제 혈액형보다 MBTI를 묻는 게 익숙하다.
경기도내 지자체들의 MBTI 사랑도 대단하다. 단순히 자기이해·갈등관리·진로상담을 넘어서 도서·인문학·관광 등 폭넓은 분야와의 결합에 활용한다. 수원 영통도서관은 최근 MBTI 유형별로 도서를 추천해 주는 'MBTI 블라인드 북' 행사를 열었는데 이틀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오는 5월 예정된 포천시 '인문도시 페스티벌'은 인문 MBTI가 대표 프로그램이다. 성향에 맞는 인문학 학습방법을 가이드해 준다. 양주시는 4월 말까지 청년 대상 'MBTI 트레킹'에서 지역 핫플레이스 방문과 티 블렌딩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김포시는 더 디테일하다. 홈페이지에 'MBTI 유형별로 떠나는 여행' 카테고리까지 만들었다. 시민들이 MBTI 검사를 한 뒤 바로 자신의 성향에 맞는 명소를 골라 나만의 코스를 짤 수 있다. 외향형 E에게는 수상자전거와 모터보트 체험이 가능한 김포아라마리나를, 내향형 I에겐 김포아트빌리지&한옥마을의 고즈넉한 산책을 추천한다. 감각형 S는 김포국제조각공원, 직관형 N은 애기봉평화생태공원, 감정형 F는 김포독립운동기념관, 사고형 T는 김포함상공원, 인식형 P는 금빛수로&라베니체, 판단형 J는 체험농장투어가 어울린다는 식이다. 용인특례시는 홈페이지 포토갤러리에서 올해 다섯 살이 된 공식 캐릭터 조아용이 MBTI 여행 스타일 J(계획형) vs P(자유형)를 비교해 주고 쇼핑, 치팅데이, 야경 맛집 등 다양한 코스로 안내한다.
온라인상에는 비공식 간이검사가 무수히 퍼져있다. MBTI 이용자의 덕목은 과몰입 금물이다. 일부 기업이 채용에 반영하는 것도 도가 지나치다. MBTI는 그저 재미있는 트렌드의 하나일뿐, 지자체의 유쾌한 콜라보를 즐기는 것으로 족하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