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OCI그룹과의 통합으로 모녀-형제 분쟁

엎치락뒤치락 지분율 확보 싸움…28일 판가름

16.77% 보유한 소액주주 결정이 최대 관건

질문에 답하는 임주현 사장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사옥에서 열린 OCI그룹 통합 관련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2024.3.25 /연합뉴스

경영권 분쟁 중인 한미약품그룹의 운명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경영권 향방에 더해,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문제가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판가름날 예정이다.

2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엔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를 중심으로 한미약품, 한미정밀화학 등의 관계사들이 있다. 이 중 한미약품의 경우 R&D센터와 주요 사업장이 화성과 평택에 소재해있다. 해당 그룹은 2020년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이 타계한 이후 부인인 송영숙 회장이 이끌어왔다. 최근 송 회장은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함께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 중인데 경영권 승계 문제와 더불어 OCI그룹과의 통합 문제가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차남인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 등의 반대에 부딪혔다. 모녀와 형제가 다투는 셈이다.

OCI그룹은 창업주인 이회림 회장이 1959년 인천 학익동에 세운 동양화학공업이 모태가 된 회사다. 그 이후에도 인천에서 중점적으로 사업을 영위해왔다. 사업을 다방면으로 확장해왔고, 지난 2022년엔 부광약품을 인수한 바 있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측은 세계 시장에서 네트워크가 탄탄한 OCI그룹과의 통합이 한미약품그룹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25일 임주현 사장과 OCI그룹의 지주회사인 OCI홀딩스 이우현 회장은 통합 관련 비전과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공동으로 열었다. 이우현 회장은 “한미를 도우려는 생각에서 투자를 결정했다. 좋은 사업으로 만들었을 경우, 궁극적으로 주주 가치가 증대될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통합을 반대하는 임종윤·종훈 형제는 같은 날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상속제 문제를 해결하고, OCI는 시가총액 7조원의 회사를 저렴하게 인수하려는 게 통합의 주된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한미약품 임종윤ㆍ임종훈 사장 기자간담회
임종윤(왼쪽)·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3.21 /연합뉴스

판가름은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날 전망이다. 이날 현재까지는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다소 유리한 상황이다. 주요 주주 중 한 사람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의 편에 서면서 상황이 형제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가 싶었지만, 지난 26일 또 다른 핵심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모녀의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이를 토대로 27일 열린 한미약품 정기 주총에선 서진석 OCI홀딩 및 부광약품 사장이 한미약품의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같은 날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반면 갈등의 골이 깊어진 와중에 사장에서 해임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이날 한미약품 이사에서도 제외됐다.

앞서 임종윤·종훈 형제가 두 그룹의 통합을 위한 신주 발행을 금지해달라는 취지로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도 지난 26일 기각됐다. 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송영숙 회장 등의 경영권 또는 지배권 강화 목적이 의심되기는 하나 운영 자금 조달의 필요성과 재무 구조 개선, 장기적 R&D 투자 기반 구축을 위한 전략적 자본 제휴의 필요성이 존재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양측이 확보한 우호 주식의 지분율 차이가 2% 남짓에 불과한 가운데, 결국 16.77%에 이르는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양측 모두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28일 주총 의결권을 위임해줄 것을 요구하는 작업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