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양육비 약 1억원 미지급"
징역 3개월 선고… 법개정후 최초
시민단체 "선지급제 국회 통과를"
법원 명령에도 수년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40대 남성이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양육비 미지급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된 뒤 실형이 선고된 것은 그동안 알려진 유사 사례 중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지법 형사8단독 성인혜 판사는 27일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4)씨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검찰은 앞서 이달 11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성 판사는 "피고인은 이혼 후에도 당연히 미성년자를 부양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며 "그러나 10년간 약 1억원에 달하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굴착기 기사로 일하면서 급여를 현금으로 수령했다"면서 "전 배우자인 피해자가 (양육비를 받기 위해) 이행명령 청구, 강제집행 등 모든 사법적 방법을 강구했음에도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14년 4월부터 최근까지 전 아내 김은진(44)씨에게 두 아이의 양육비 9천6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2023년 11월21일자 6면 보도=인천 첫 양육비 미지급 형사재판… 父 "혐의 인정")
여성가족부는 2021년 7월 개정된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양육비 미지급자의 얼굴 사진을 제외한 이름, 생년월일, 직업, 주소(근무지)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양육비 지급 이행명령을 따르지 않은 이들에 대해선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 처분, 감치명령도 내리고 있다. 이런 명령을 받고도 1년 동안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 미지급이 계속되면 최대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는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앞선 (양육비 관련) 판결에서 계속 집행유예가 나와 이번 판결에서는 실형이 선고되도록 삭발 시위 등 할 수 있는 건 모두 했다. 이런 엄마를 이해해 준 아이들에게도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A씨가 법원 명령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자 인천지법 앞에서 실형 선고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거나 국회 앞에서 삭발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재판에서는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가 잇따라 선고됐다. 그래서 실형이 선고된 이번 판결에 대해 법조계 안팎의 이목이 쏠린다. A씨가 복역 이후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이행명령 등의 처분을 다시 받고 이번처럼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구본창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대표는 "지금까지 양육비 문제가 아이들의 생존권이냐, 개인 간 채권·채무냐를 두고 혼선이 있었는데 이번 판결로 생존권과 직결됐다는 게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먼저 미지급 양육비를 지급하고 나중에 채무자에게 추징하는 '양육비 선지급제' 등이 담긴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