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집단행동 대책 실효성 의문
중대본 '파트타임 진료' 조치
현장 "조율사항 많아 누가 갈까…"
의협 "전공의 징계하면 총파업"
전공의 사직에 이어 의대 교수들마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비상진료체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정부가 수련병원에서 개원의가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해당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의사증원 후속 절차를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을, 신임 대한의사협회장은 전공의·의대생 등이 행정처분 등 피해를 받을 경우 즉시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피력, 현장의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2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에 따르면 중대본은 지난 25일 회의를 열고 '의료기관 외 의료행위 허용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 결과 중대본은 의료법 예외 규정에 따라 보건의료 재난위기 '심각' 단계기간 동안 소속된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도 의사 진료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이에 개원의들은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이 아닌 수련병원 등에서 파트타임으로 진료할 수 있게 됐다. 수련병원에서 수요 파악 후 근무할 의사와 협의하고, 지자체에 요청해 검토 후 승인되면 개원의가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정부가 의료공백을 메우고, 장시간 근무 중인 의사의 피로도를 감소시키기 위해 해당 조치를 발표했지만, 정작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의사와 정부의 갈등이 고조되고, 의사 대부분이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개원의가 정부의 대책에 호응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용인시의 한 내과계열 병원을 운영하는 50대 개원의 이모 씨는 "정부의 일방적인 태도에 의사 집단의 사기가 모두 떨어졌다. 정부 정책에 호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정책이 실현되려면 그 구성원의 의지도 중요한데 수련병원 근무에 나설 개원의가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성남시에서 내과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김모씨도 "이 제도는 의료사고 시 대응, 환자 인수인계 등 조율해야 할 부분이 많아 지금과 같은 응급한 상황에서 쓸만한 건 아니다. 논의와 시범사업 없이 현장에 정착시키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수련병원에 있는 의료진도 정부의 발표에 부정적이긴 마찬가지였다. 경기 남부지역의 한 상급종합병원 A교수는 "병원마다 의료행위 시스템이 있는데 갑자기 개원의가 들어와서 적응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에선 의대 증원 방침에 재차 못을 박으면서 의·정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27년 만의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 정상화를 시작하는 필수 조건"이라면서 "의대 정원을 늘려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 수를 늦게라도 확충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전날 대한의사협회장에 당선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회장은 "(의대 정원과 관련) 전공의, 의대생, 교수 단 한 사람이라도 다치면 14만 의사를 결집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